[그대에게 가는 길]
이민영
사랑하는 사람에게 가는 길은 안개길이였습니다 이슥한 가을 밤 귀뚜라미와 지새던 어머니 베틀노래는 날도 잊고 상像도 잊고 시험공부로 밤을 차던 이른 새벽을 안개 하얀 아침만큼 도란 도란 솜같은 훈기로 봉창 구멍을 타고 바람으로 휘어 올 때 손깍지마다 엉킨 손꼽때며 갈라진 힘줄이 굵어질 때 오가는 생의 그네 놀이며 추억을 되감아 노는 일에만 물든 아들 들의 사래빗길이며 초가 지붕 누런 호박이,추녀 밑 시렁이 댓잎 바람에 조차 살랑거리는 듯 이슬처럼 눈에 선연한 것이 친구 정옥이 머리결같이 땋아 올린 상나무 숲이 고독의 성처럼 하염없이 잠든 그 길이며 아버지 손길만 주면 세월도 뒤 따라와 안겨서 바로 보듬으실것 같은 천지 간의 미로인데, 그녘 만큼 앞서서 아버님 뒤로 제가 서 있었던 것이였습니다
풀 숲 가장자리를 따라 줄모습이 된 코스모스에게 밤새 삼짓머리를 늘어뜨리고 고개숙여 고뇌하던 기다림은 무엇이길래, 별똥별처럼 내리다 사라진 별 헤는 눈 빛 數만큼 가슴 속을 휘저었고 항상 이맘 때 즈음 왔다가시는 가을 이슬이 내 아버님의 아버님 이야기만 하다가 새벽에는 등 뒤 홀빛으로 연기가 되고 가닥으로 흩어내기엔 슬쓸해지고 뉘엿이 고독만을 안고 가더라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래서 나도 저 길의 길 너머 안개를 부르면서 나비들 모습이 된 코스모스 꽃잎을 세어가며 젖었던 잎 망울 사이마다 태어난 시절로 서있고 아버님 이야기는 길 이야기가 되어 수도 없이 제 눈가로 몰려와서 그만 생각나는 것도 앞을 가리고 길은 대낮이 되었습니다
햇살 속으로 길은 사라졌습니다 작은 이슬 알갱이들은 물방울로 뭉쳐서 나를 부르는 다정한 목소리가 되어 떨어져 내리고 있었습니다
혼자 되어 넓어진 제 빈가슴으로 안아 당신을 만나러 가는 길(吉)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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