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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보도/ 단국대 오성삼교수, 피아노 영재, 되돌림 장학금

LEE MIN YOUNG 2009. 12. 14. 01:49

[뉴스] 출처 중잉일보. 게재이유-비영리.좋은 뉴스


단국대 오성삼 교수, "피아노 영재 되돌림 장학금"



[중앙일보 정선언.안성식]기자 제공
지난 23일 오후 단국대 죽전캠퍼스 혜당관에서는 장학금 전달식이 열리고 있었다.
이 자리에서 고등학생 10명이 200만원씩의 장학금을 받았다. 장학금을 전달한 오성삼 단국대 교수는 “꿈을 이룬 다음엔 그 꿈을 후배들에게 물려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들 장학생은 기초생활수급 대상이거나 차상위계층 가정 자녀 가운데 선발됐다. 이들 중 서울과학고·대원외고 학생도 있었지만 서울의 한 예고에 다니는 학생도 있었다. 김은엽(16)군이었다. 피아노 연주자를 꿈꾸는 김군은 가정 형편이 어렵다. 김군의 어머니 이혜영(55)씨는 빌딩 청소부, 아버지는 건설현장 일용직으로 일한다.

김군이 정식으로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한 건 지난해 서울시 음악영재아카데미를 통해서다. 정식 교육을 받은 지 6개월 만에 서울의 한 예고에 합격해 주변을 놀라게 했다. 김군은 올 1월 달동네 출신의 함신익 예일대 교수를 만나 함 교수의 격려를 받았다(본지 1월 15일자).

그러나 현실은 그렇게 녹록지 않았다. 이씨는 예고에 보내면 아들의 재능을 계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최근 기초생활수급 대상자가 되면서 등록금은 지원받을 수 있게 됐으나 레슨비가 문제였다. 실기 수업의 하나인 개인 레슨은 한 번에 10만원이 들었다. 등록금보다 부담이 컸다. 그렇다고 전교생이 필수적으로 받는 수업을 안 받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김군은 친구들이 일주일에 2~3번도 받는 레슨을 한 번 받을까 말까다. “그 형편에 무슨 음악이냐고 흉보는 사람도 있어요. 또 예고에 보내 놓고 보니 실력이 한참 부족해요. 하지만 아이가 그렇게 좋아하는 음악을 빼앗을 수 없어요. 엄마니까요.”

이씨에게 전화 한 통이 걸려온 것은 이달 초였다. “신문 기사를 보고 연락드렸는데요. 아드님께 장학금을 드리고 싶습니다.” 이씨는 이 전화를 '포기하지 말라'는 하늘의 뜻으로 받아들였다.

전화를 건 사람은 오 교수였다. 그는 정수장학회 장학생 출신들의 모임인 '상청회' 회장이다. 고학생이었던 회원 대부분이 지금은 기업인·의사·변호사 등으로 성장했다. 이들은 올해 초 자신들이 받은 장학금을 사회에 되돌려 주고자 장학사업을 시작했다. 회원 가운데 500여 명이 참여했다. 장학금 이름도 '되돌림 장학금'으로 지었다.

오 교수는 “형편이 어렵지만 배움의 의지가 강한 학생들을 선정했다”며 “이들을 지속적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상청회에서 지금까지 모은 기금은 1억6000여만원이다.

정선언 기자 제공 <DO@JOONGANG.CO.KR>, 사진=안성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