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旻影의 "禪과 인간" 사이에서 그 고뇌를 읽기.
출처- 시와 비평,두레문학
당신을 보았습니다-한용운
당신이 가신 뒤로 나는 당신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까닭은 당신을 위하느니보다 나를 위함이 많습니다.
나는 갈고 심을 땅이 없으므로 추수(秋收)가 없습니다.
저녁거리가 없어서 조나 감자를 꾸러 이웃집에 갔더니
주인(主人)은 "거지는 인격이 없다. 인격이 없는 사람은 생명이 없다.
너를 도와주는 것은 죄악이다" 고 말하였습니다.
그 말을 듣고 돌아나올 때에 쏟아지는 눈물 속에서 당신을 보았습니다.
나는 집도 없고 다른 까닭을 겸하여 민적(民籍)이 없습니다.
"민적 없는 자(者)는 인권이 없다. 인권이 없는 너에게 무슨 정조냐" 하고
능욕(凌辱)하려는 장군(將軍)이 있었습니다.
그를 항거(抗拒)한 뒤에 남에게 대한 격분이
스스로의 슬픔으로 화(化)하는 찰나에 당신을 보았습니다.
아아, 온갖 윤리, 도덕, 법률은
칼과 황금을 제사지내는 연기(烟氣)인 줄을 알았습니다.
영원의 사랑을 받을까, 인간역사(人間歷史)의 첫 페이지에 잉크칠을 할까,
술을 마실까 망설일 때에 당신을 보았습니다.
*시집, 님의 침묵에서
만해 선사님의 "님"은 무릇
형용키 어려울 정도로 넓고 그윽한, 음미의 항해입니다.
8만 大藏經의 8만에 이르는 경(經)의 설(說)을 詩魂(시혼)으로 풀어 1926년에 완성한 것이
선사님의 명시집 "님의 침묵"이니 지금부터 거의 1세기 前입니다.
이 시집(詩集)은 "중생의 무릇= 낙엽"들이 그의 채색彩色을 더하고 남겨두어
잊혀진 겨울을 음미하고자 할때 읽어 볼
'가을 외로운 書'의 벗일지 모릅니다.
삶의 시대적인 황혼은 그처럼 詩人님에게도 벗 이였고
나를 태우는 時空의 외침에서도 님의 '님은 언제나 사랑으로 타 올라 凡世를
구원하고픈 외침으로 들려 옵니다. 나 자신도 아무도 돌볼 수 없는
둔치遯痴 민영旻影이 할 말은 어디에 있으며
말의 더하기를 어디로 하여야하는지 모릅니다만
시어(詩語 )앞을 지나칠라면 정(靜)이 다가와 제 무릎을 고이고
선(禪)이 다가와 제 머리를 짖눌러
겨울이 겨울의 눈을 맞기에 합당함'조차 잃어버려지는
내 스스로의 위(僞)를 깨닫게 됩니다.
처연하여라 한 것이 오늘처럼 선사의 說에서 빗물처럼 흘러내린 지는
아득히 모릅니다.
그래서 오늘 禪學과 인간 사이에서 고뇌해야 되는 '숨가쁜詩' 한 수를 올립니다.
올리고, 읽다 보니, 또 "선사의 설법" 이 속탁'속의 귀를 그윽하게 합니다.
오늘 밤 저는 "선사의 설법과 당신을 보았습니다"라는 낭낭(浪浪)속에 파묻혀 있습니다.
나의 한(一)숨(眠=면)은 지칠 줄 모르게 깊어져 가고
등(燈)을 밝히는 촉의 타다남은 초꼬지 심지는 인자의 모습이 되어
기다림이 우굴우굴하는 빔(空) 속으로
꺼져만
갑니다.
-만해의 선사의 설법 -"나는 선사의 설법을 들었습니다.
「너는 사랑의 쇠사슬에 묶여서 고통을 받지 말고 사랑의 줄을 끊어라.
그러면 너의 마음이 즐거우리라」고 선사는 큰소리로 말하였습니다.
그 선사는 어지간히 어리석습니다.
사랑의 줄에 묶인 것이 아프기는 아프지만 사랑의 줄을 끊으면
죽는 것보다도 더 아픈 줄을 모르는 말입니다.
사랑의 속박(束縛)은 단단히 얽어매는 것이 풀어 주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대해탈(大解脫)은 속박에서 얻는 것입니다.
님이여, 나를 얽은 님의 사랑의 줄이 약할까 봐서 나의 님을
사랑하는 줄을 곱드렸습니다..."
출처(시와 비평 두레문학 2005 겨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