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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오스 --박순영

LEE MIN YOUNG 2011. 1. 8. 13:24

[추천시-794] 카오스 --박순영

카오스 --박순영



Paganini / Il Carneval!!!!e di Venezia
                                 A major, Op. 10  (I ~ II)



내 몸에 고치를 튼다
사념의 몸통이 실처럼 줄을 이었다
목욕탕에는 늘 혼자였다 거울이
밀랍 같은 여인이 처다본다
빈 대궁의 물방울로 웅크린 그녀의 표피에서는

뼛속의 그녀가 서걱 훑고 다녔다

미끄런 얼음의 벽은 속마음을 감추느라 바쁘다
증류로 분화되는 열탕속 가슴의 넋두리

풍선에서 빠져나와 쭈글쭈글 각을 세운다 

한 때 동산이었을 수풀의 아침은 가슴이

봄이던 시절 속으로 달려갔다
그러자 눈의 시선이 꽂힌 몸체가 첨벙첨벙

분분한 대류의 꽃잎을 뭉쳐 두번째 고치를 틀었다
검버섯이 달려오고 접힌 눈망울이 버린
과거의

머리숱이 으시시 떤다

누에는 우화를 꿈꾸지 않았다 봄이

붉은 꽃물을 지워가야 할 때
속살은 면경을 닦아 대기 시작한다

방황하는 증기의 외마디마다 흐릿해진

면경을 자꾸 닦아대기 시작한다

 

박순영
(
1964~ 당진)

제1회 축령산 문학제 작품상,

시사랑사람들  시인.



*카오스는 그리스 신화의 신이다, 초기 그리스의 우주론에서 만물이 생겨나기 이전의

우주의 시원적 공허 또는 지하세계인 타르타로스의 심연을 가리키는 말이다.

 

속살은 면경을 닦아내기 시작한다.

모체가 두번째의 고치를 틀어야 할 때, 먼 시원의 심연을 달려가는 여인의 고뇌

붉은 꽃물을 지워가는 것들이 너무 공허스럽다.공허는 사유의 침전을 바라는

속내의 이상인 것, 사십의 여인이 바라다 보려는

생의 비정이 오히려 소망하였으므로, 깊다

....李旻影

 

헤시오도스의 신통(神統) 계보학에 따르면 맨 처음 카오스가 있었고,

그 다음 가이아와 에로스(땅과 욕망)가 있었다.

그러나 카오스가 가이아를 낳은 것은 아니다. 카오스의 후예는 에레부스(어둠)와 닉스였다.

닉스는 밝은 공기인 아이테르와 낮을 낳았고, 나중에 우주의 어둡고 무서운 부분(예를 들어 꿈·죽음·전쟁·기근 등)들을 낳았다. 이러한 관념은 카오스를 지하세계의 어둠으로 본 다른 고대적 관념과 결합되었다. 후대의 우주론에서 카오스는 일반적으로 만물의 본래 상태를 가리키는 개념이 되었다. 이 단어의 현대적 의미는 오비디우스에서 비롯되었는데, 그는 카오스를 본래의 무질서하고 정형이 없는 덩어리이며 우주의 창조자는 바로 그 덩어리로부터 질서정연한 우주를 만들었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카오스 개념은 초대 교회 교부들의 〈창세기〉 1장(카오스 개념이 〈창세기〉1장에만 나오는 것은 아님)의 창조기사에 관한 해석에도 적용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