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 계신 아버님께
살기 위하여 어쩔수 없어 고향을 떠나 도시로 온 것이,
아버님 뭣둥은 어쩐지, 홀로 두고온 불효인 것같기도 하여
헤어짐이 일상이던 날부터 전 울지를 못합니다
뽕밭 붓갈이며 못자리대기며
월사금 땔낭구며 시렁밭 합수물주기며
천상에서는 그 걱정 잊으시라고
남겨진 살강치들은 서울로 왔습니다.
오늘, 삶의 경계가 물안개처럼 내리는 날
낯설고 물설은 저 세상에선 어히 계시는지
저문 물빛이 눈가로 맺히는 날
늙은 아들은, 그리워, 아버지 이름자를 써봅니다.
소자, 천상에서 뵙는 먼후일, 이승의 하늘과 땅이 가까워질 때까지
진지 거르지 마시고, 잠자리도 편히 주무시고
시한 내내 콜록이시던 기침은 또 어쩌신지
해소엔 한가치 뿌렁구가 좋다하니 밤마다 드시고
온전히 평화로우소서
..........이민영 올림
20-30년 전의 시골... 가난한 농가, 농사 지은 아버지 밑에서 자랐다.
구정밭 합수 주기며. 못자리며. 물대기며. 김매기며, 봄 여름 가을 겨울,
어디 한 철, 편안한 철이 있었던가, 월사금 장만이 그리 쉬운 일인가,
지금은 기계농이지만 그때는 일일이 사람손이 가야했다.
두서너 마지기의 논, 조그만 밭데기 이것으로, 일곱식구를 먹여살렸다. 우리들을 가르켰다.
어머니와 아버지는 새벽 동트기 전부터 해 저물녁까지
몸이 골병이 들도록 일만하셨다. 매년 매년 반복되는 농사와 골병,
그래서인지, 농부이신 아버님은 일찍 돌아가셨다.
얼마후 ..우리 남은 식구들은
고향을 떠났다.
이제, 그 아버지 나이가 된 어느 늙은 아들은,
고향 산소(묏등)에 홀로 누워계실 아버지 생각에
눈물을 멈추지 못한다.
천상에서는 꼬박 꼬박 진지는 드시고 계신지
겨울이면 콜록 콜록 그 기침(해소)은 괜찮으신지
그 아들의 사부곡을 드린다.
*한가치=한가재=엉겅퀴..가래 기침 해수에 좋다는 한약재로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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