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덧상

[스크랩] 가을 숲에서 / 이민영

LEE MIN YOUNG 2015. 9. 12. 22:45

 

어떤 허물 때문에 저를 버린다고 하시면 저는 그 허물을 더 과장하여 말하리라 / 세익스피어

(이민영의 가을 숲에서)




1

밤이 바람에 잠들지 못합니다

흔들림처럼,

그대 곁을 떠나간 이름들이
숲이된 가을속 나무들로

길목의 그대가 되면


허상으로 머물던 바람마저

낮을 지새우고도

밤에 이르지 못함으로
이런 날은 바람소리로

머물다 갑니다

 

2



가을 숲에서는
하얀 도화지에 물감을 먹인다는 것이 
첫사랑처럼 여러워질 때가 있다
그래서 아버지 이름같은 
가을집 추녀 밑에서
오래된 세익스피어의 詩 한 편을 들고 
통통 여린 실오라기 매듭마다
머리카락같은 生을 치켜세우며 
'가을수풀'이라고 외친다
산장의 둘레는 이제 그 끝
나무 이파리마다 구멍을 세운 숨 사이 
보고픔은 이제 잊게나, 
잊는 것은 잊어버리게 놔 두게나,
기억되기 위하여 오늘은 
통째로 청하여 같이 잠을 자게나'라고
 하면서 
떠나기 싫은 사랑 하나가 
책장을 넘길 때마다 
가을을 태우고 있다.
 

 Say that thou didst forsake me for some fault,
 And I will comment upon that offence;
 Speak of my lameness, 
 and I straight will halt,
 Against thy reasons making no defence.
 Thou canst not,
 love, disgrace me half so ill,
 To set a form upon desired change,
 As I'll myself disgrace:
 knowing thy will,
 I will acquaintance strangle 
 and look strange,
 Be absent from thy walks, 
 and in my tongue
 Thy sweet beloved name
 no more shall dwell,
 Lest I, too much profane, 
 should do it wrong
 And haply of our old acquaintance tell.
 For thee against myself
 I'll vow debate,
 For I must ne'er love
 him whom thou dost hate.
             "세익스피어의 사랑 노래 
  어떤 허물 때문에 나를 버린다고 하시면 
 나는 그 허물을 더 과장하여 말하리라. 
 나를 절름발이라고 하시면 
 나는 곧 다리를 더 절으리라. 
 그대의 말에 구태여 변명 아니하며… 
 그대의 뜻이라면 지금까지 
 그대와의 모든 관계를 청산하고 
 서로 모르는 사이처럼 보이게 하리라. 
 그대가 가는 곳에는 아니 가리라. 
 내 입에 그대의 이름을 담지 않으리라. 
 불경(不敬)한 내가 혹시 구면이라 아는 체하여 
     그대의 이름에 누를 끼치지 않도록. 
 그리고 그대를 위해서 
    나는 나 자신과 대적(對敵)하여 싸우리라. 
    그대가 미워하는 사람을 나 또한 사랑할 수 없으므로
                   .세익스피어의《소네트 詩集》중" 
  
3
제게는 님은 멀리 계십니다
제게는 사랑은 있으되 님은 알 수 없는 곳에 계십니다
제게는 보고프고 그리워함이 가득하여 
넘쳐 있으므로 이미 제 마음에 있습니다
제게는 황홀한 내님이시여
육체와 영혼이 함께하려는 사랑은 
붉게 젖은 채로 가을을 보냅니다
이 가을은 저의 가을이자 님의 가을입니다
오늘은 이내 쌀쌀한 비의 흐름이 멀리서 왔다가 스치듯 
볼을 지나갑니다
푸른 것들이 붉어지고 짙어지는 낙엽을 만난다면
가을 만큼은 그대의  연민인 것처럼
가을 보낼 것 같은 가을가는 소리에  
깊어가는 밤도 고독이라는 이름으로 
심연이 되어 잠기는 만큼 님은 더욱 그립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대에게
세익스피어가 되어 소네트의 詩 사랑노래를 읖조립니다
이별(離別)이 실연(失戀)이라면 
아픔으로 오는 것도 안으며 탓하지 아니하며 
구실을 달지 않고,안으로 안아 당겨 
순백(純白)으로 다가갑니다. 스스로 
깊어가는 밤이 가을같은 날 세익스피어의  詩를 
함께 합니다. 스스로 가을이 됩니다. 
하염없는 세월이 입술에서 언어가 됩니다.
어느날 부터인지 잎새 하나로도 두 눈과 가슴을 쿵덩거리던 
님의 詩人은 봄을 기다리는 가을이 되어 
가을의 약속을 못잊어하는 봄이 되어 이 글을 드립니다
님의 평안과 안녕을 빕니다.
나와 님의 가을을 기다립니다. 봄같은 가을에 가을 숲에서,

var articleno = "8481738";

...이민영의  가을숲에서

 


[ 숲에서..세익스피어의 사랑노래를 만나다-이삭 박지영

 

출처 : ♣ 이동활의 음악정원 ♣
글쓴이 : 행복한사랑1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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