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숲에서-이민영
"세익스피어의 사랑 노래
어떤 허물 때문에 나를 버린다고 하시면
나는
그 허물을 더 과장하여 말하리라.
나를 절름발이라고 하시면
나는 곧 다리를 더 절으리라.
그대의 말에 구태여 변명 아니하며…
그대의 뜻이라면
지금까지 그대와의 모든 관계를 청산하고
서로 모르는 사이처럼 보이게 하리라.
그대가 가는 곳에는 아니 가리라.
내 입에 그대의 이름을 담지 않으리라.
불경(不敬)한 내가 혹시 구면이라 아는 체하여
그대의 이름에 누를 끼치지 않도록.
그리고 그대를 위해서
나는 나 자신과 대적(對敵)하여 싸우리라.
그대가 미워하는 사람을
나 또한 사랑할 수 없으므로.
(세익스피어의 《소네트 詩集》중 "
제게는 님은 멀리 계십니다
제게는 사랑은 있으되 님은 알 수 없는 곳에 계십니다
제게는 보고프고 그리워함이 가득하여
넘쳐 있으므로 이미 제 마음에 있습니다
제게는 황홀한 내님이시여
육체와 영혼이 함께하려는 사랑은
붉게 젖은체로 가을을 보냅니다
이 가을은 저의 가을이자 님의 가을입니다
오늘은 이내
쌀쌀한 悲의 흐름이 멀리서 왔다가 스치듯 볼을 지나갑니다
푸른 것들이 붉어지고 짙어지는 낙엽을 만난다면
가을 만큼은 그대의 연민인 것처럼
가을 보낼 것 같은 가을가는 소리에
깊어가는 밤도 고독이라는 이름으로 심연이 되어 잠기는 만큼
님은 더욱 그립다고 이야기합니다,그대에게
세익스피어가 되어 소네트의 詩 사랑노래를 읖조립니다
이별(離別)이 실연(失戀)이라면
아픔으로 오는 것도 안으며 탓하지 아니하며
구실을 달지 않고,안으로 안아 당겨
순백(純白)으로 다가갑니다.스스로
...
깊어가는 봄이 가을 같은 날 세익스피어의 詩를
함께 합니다
스스로 가을이 됩니다. 숲이 된 님의 詩人은
오늘 봄이 된 가을숲에서
님에게 이 글을 씁니다.
하염없는 세월이 입술에서 언어가 됩니다.
어느날 부터인지
잎새 하나로도 두 눈과 가슴을 쿵덩거리던 님의 詩人은
봄을 기다리는 가을이 되어
가을의 약속을 못잊어하는 봄이 되어
이 글을 드립니다
님의 평안과 안녕을 빕니다.
나와 님의 가을을 기다립니다.
가을 같은 봄에
가을 숲에서
2005.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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