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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2005 소월시문학상 대상 수상작1-시간의 동공 (박주택)/이민영

LEE MIN YOUNG 2005. 10. 3. 08:50

시간의 동공 - 박주택




이제 남은 것들은 자신으로 돌아가고
돌아가지 못하는 것들만 바다를 그리워한다
백사장으로 뛰어가는 흰말 한 마리
아주 먼 곳으로부터 걸어온 별들이 그 위를 비추면
창백한 호흡을 멈춘 새들만이 나뭇가지에서 날개를 쉰다
꽃들이 어둠을 물리칠 때 스스럼없는
파도만이 욱신거림을 넘어간다
만리포 혹은 더 많은 높이에서 자신의 곡조를 힘없이
받아들이는 발자국, 가는 핏줄 속으로 잦아드는
금잔화, 생이 길쭉길쭉하게 자라 있어
언제든 배반할 수 있는 시간의 동공들
때때로 우리들은 자신 안에 너무 많은 자신을 가두고
북적거리고 있는 자신 때문에 잠이 휘다니,
기억의 풍금 소리도 얇은 무늬의 떫은 목청도
저문 잔등에 서리는 소금기에 낯이 뜨겁다니,
갈기털을 휘날리며 백사장을 뛰어가는 흰말 한 마리
꽃들이 허리에서 긴 혁대를 끌러 바람의 등을 후려칠 때
그 숨결에 일어서는 자정의 달
곧이어 어디선가 제집을 찾아가는 개 한 마리
먼 곳으로부터 걸어온 별을 토하며
어슬렁어슬렁 떫은 잠 속을 걸어 들어간다



독후감.박주택 시의 세계

이민영李旻影

20여년 前 김수영을 비롯해서 현대 주지시를 이끈 몇 몇의 분들이
앞으로 난해시가 한국 문단의 주류의 詩가 될 것 이라고 했다.
난해란 그냥 읽어 해독하기 어려운 시라는 의미다.
그것은 아마 그동안 우리 詩가 전통적인 서정적인 바탕 위에서
비유와 수사만의
극치만을 달려 온 마당에 더 이상 이미 만들어진 수식어로는
詩답게 주제를 수사할 수 없다는
한계의식의 바탕에서 이야기 한 것이리..
그러나, 난, 우리 시단의 지금과 앞으로의 주류가 난해라기보다 주지적인..
즉 문장론적인 전통적인 詩의 본질과
詩人의 철학이라는 詩心이 절묘하게 만나는 사유의 詩가
주류일 것 이라고 생각한다..이런 類의 詩文을 쓴 분이 바로 신경림.김수영.이성복님과
우당 김지향 시인님이고..
그리고, 근자 현대 자의식적인 시를 쓰는 분들이다..
뛰어난 문장학的인 수사로 빚어진 글이라 할지라도 사유의 빛으로
시인의 철학이 베이지 못한다면 그 詩는 글자 그대로 건조한 시일뿐이기 때문이다..
또한 높고 깊고 너른 심상이 철학의 지극한 사유로 현세와 현상을
깨우쳐 주는 글이라 할지라도
시라는 문장학的인 수사의 극에 머물지 못한다면 마찬가로 무미한 시가 될것이다..
이제 21세기를 들어선 한국 시학의 묘미는 시가의 문장학적인 수사의 극과
시인의 사유가 혼이 되어, 혼재되어, 시인의 목소리를 내는
철학과 문장의 만남이야말로, 우리 시의 방향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박주택 시인의 시를 음미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문태준 이재무님등 시에서도 종종 이런 류의 시를 보지만, 박주택님의 시를 보건데
연술의 독특한 진행과 자의식과 서정성이 만나는 지점에서의,
이 분 특유의 철학적인 사유와 깊이 있는 詩的 무게가 다가온다.
시가 되어 깊이가 더욱 깊어진 지적인 중량感과
뭉클한 허무가 實의 철학에 다가와서 實이 되는 것 같은,
아마 이런 이유에서 수상작이 된 것 같다.

이제 우리 시단은 우당 김지향 박사님등 여러 선배 문인들이 보여준 것처럼
문장학적인 절묘의 詩적인 언어와 시인의 높고 귀한 철학적인 사유가 만나
시의 바다를 항해하면서
독자들의 눈과 마음을 즐겁게 해주는 仁者의 詩가
우리 詩의 모습일 것이고,
이런 詩가 앞으로 몇십 년 간 우리 문학사의 문예사조가 될 것이다.


[이민영李旻影의 명시탐방-2005.7.10]

박주택 시인의 약력
시인은 1959년 충남 서산에서 태어나, 경희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6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했으며, 시집 《꿈의 이동건축》《방랑은 얼마나 아픈 휴식인가》《사막의 별 아래에서》《카프카와 만나는 잠의 노래》와 시론집 《낙원 회복의 꿈과 민족 정서의 복원》, 평론집 《붉은 시간의 영혼》《반성과 성찰》 등이 있다. 현대시작품상·경희문학상·편운문학 신인평론상을 수상했으며,
현재 경희대 국문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대상 수상작 : 박주택
시간의 동공/ 독신자들/ 배들의 정원/ 주름의 수기/ 명태/ 백석의 《사슴》풍으로/ 저녁 눈/ 밤배/ 민박/ 굴/ 문틈에 바침/ 황혼의 원정園丁/ 헌인릉에 가서/ 물의 생애

소월시문학상 대상 수상작 선정 이유’ 중에서
탁월한 철학적 사유와 미학적 균형미로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시적 성취와 함께, 생동감 넘치는 강렬한 이미지의 언어로 삶의 진실을 담아낸 박주택 시인의 <시간의 동공> 외 13편을 제20회 소월시문학상 대상 수상작으로 선정한다.
대상 수상작 <시간의 동공> 외 심사평
생의 의미를 탐색한 깊은 사유와 철학성이 승한 작품

박주택 시인은 그 사유가 깊고 생의 의미를 탐색하는 철학성이 승한 좋은 작품을 보여주었으며, 연조에 따른 무게 등의 장점도 함께 인정되어 수위를 차지하였다.―김남조(시인/숙명여대 명예교수)
우울한 방랑자의 고독
우울한 방랑객으로서의 자기 성찰과 독백이, 다른 시인들과 차별화된다. 천박한 지적 반응의 언어가 아니라 정서 언어라는 점에서, 그의 시는 오랫동안 정직성과 직정성을 유지해 왔다―송수권(시인/순천대 교수)
운명’ 혹은 ‘시간’이 보여주는 인간 실존의 의무
박주택 시인의 문학적 성취를 보증해 주는 것으로 철학적 사유를 지적할 수 있다. 명상하는 자의 인생론적 진실이 내면화되어 있으며, 그 의미의 세계가 궁극적으로 철학과 맞닿아 있다―오세영(시인/서울대 교수)
시인 박주택과 시적 정서의 진폭
서정적인 것과 이지적인 것의 교직, 내면 깊숙이 그 울림을 간직한 시의 소리와 상상력의 진폭, 그리고 시적 주제에 균형을 부여하는 시적 통찰력이 주목된다―권영민(문학평론가/서울대 교수)
어둠의 동공을 응시하는 환멸의 눈
우리 서정시에서 익숙하지 않은 부분이라고 할 수 있는 허무주의적 자의식을, 박주택 시인은 환멸의 언어를 통해 독특한 시적 성취로 보여주고 있다―최동호(시인/고려대 교수)
체화된 시어를 통해 발산된 탁월한 시적 에너지
비극적 인식에 의한 명상과 고통의 무게가 담긴 작품을 통해, 상처와 결핍과 대면하고 있는 자의식 속에 갇힌 암울한 혼의 곡조를 현대적 감각으로 소생시키고 있다―조정권(시인)
강렬한 이미지와 고도의 자의식이 빚어낸 복합적 ‘현대성’
박주택 시인의 시에는 잔잔하면서도 힘찬 리듬, 차가운 접근과 뜨거운 정열, 그리고 암울한 상황 인식과 거기에서 벗어나려는 처절한 몸부림이 동시에 공존하고 있다―김성곤(문학평론가/서울대 교수)

박주택 시인의 ‘수상 소감’ 중에서
한 그루 시간의 붉은 잎사귀
내가 말하는 말이 내 말이 아니듯, 내가 쓰는 시는 내가 쓴 시가 아니다. 나는 다만 폐허의 틈에 끼어 신음하는 것들을 구출하여 그 신음을 받아 적을 뿐. 내가 쓴 시가 시가 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오랫동안 나를 괴롭힌 그 기억으로, 한국시의 한 맥이 될 수 있다면, 앞으로의 내 생은 지리멸렬해도 혹여 비명이 가득 차더라도 나를 약탈해 가는 시간 앞에서 또 다른 나에게 용서를 구할 수 있을 것이다.

박주택 시인의 ‘자전적 에세이’ 중에서
그 처연한 만신萬神의 계절
나에게 글이란 어떤 정신의 뿌리와도 같다. 준열한 시정신, 내게 어떤 것이 있다면 강인한 영혼에서 솟구쳐 나오는 광휘의 것들을 붙잡아 그것이 무엇인지를 묻는 일이다. 삶과 운명이 번번이 나를 속이고 곁바람으로 갈 때 바람을 불러 세워놓고는 속이지 말라고 다그치는 일이다.

박주택의 작품 세계’ 중에서
망각의 힘과 불온한 피
박주택의 언술 방식은 그의 시에 몽환의 분위기, 불협화음의 문장, 그로테스크한 이미지를 만들어놓는다. 때로 부자연스럽고 돌발적으로 느껴지는 박주택 특유의 표현 양식이 어떤 내면적 필연성에 의해 생성되었는지 살피는 것은 그의 시를 이해하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오형엽(문학평론가/수원대 교수)

시인 박주택을 말한다’ 중에서
불협화음의 미의식과 열반의 정적
박주택의 시적 언술이 주제론적 전언이 아니라 화법과 소재 및 형식 충동을 통해 우리 일상을 살아 있는 그대로 포착하고 정서적 파문으로 충격하는 미적 양식을 보여주고 있는 점은 우리 시의 미학적 지평을 새롭게 확장하는 구체적인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홍용희(문학평론가/경희 사이버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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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존재하는 것들의 사이에는 불화가 있다. 그 불화는 너무나 복잡하고 섬세하여 해독하기 어려웠다. 박물관의 고서처럼 음기가 서려 있는 모든 존재들은 그 스스로도 곰팡이가 슬어 있었고 폐에 얼음이 박혀 있었다. 나는 창문을 열고 공포로 입을 다문 비릿한 냄새에 멀미를 느끼며 헐떡거리는 시간의 육체를 읽는다. 여기 능소화가 피었다.`
위 글은 이 글의 시집 『사막의 별 아래에서』의 첫 부분에 시인 자신이 쓴 자서이다
출처-시인의 마을
2005년 7월 9일 항해가 시작되었다[ http://blog.daum.net/qlgodr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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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행복한사랑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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