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운다라는 것을 알았을때
이민영李旻影
혼자 웁니다.
겨울이 침묵하고 동강의 살-강에
머무를 수 없는 구름이 머물다 서리진다면
여울이 된 산울림 마저 야슬한 파라의 곡-울음으로
계절의 길목을 가를 때
웃음도 슬퍼져서 울음으로 무너지고
빈 가슴을 쓸어 내리듯
허무의 광야, 저녁의 들녘에서 님을 바라봅니다
파문이 된 계절의 後記가 남겨 준 이별이 광야에 내리면
작별의 말들이 머물다가 간 종이 위에는
검정 빗방울들,
자화상이라는 것을
안다는 것처럼
옛 이야기로 열리고 戀書가 된 애원이 낙서가 되어
난마처럼 가득해버린 우리들은 청춘
흘러가던 시절도 운다는 것은 사랑
밤 새워 님과 함께 우는 것인 줄 알았는데,
혼자라는 것을
안다는 것처럼
오던 길 되돌아 서서
길 손 오래 된 장승은 그렇게 서 있었고
흔하던 빗바람조차 비켜 가고
떨어진 영혼만이 뒤덮고
삶이 되버린 연민이
오던 길에서 쓰러지고
길의 표지가 된 생사의 기억들은 님을 홀리는
사랑의 유영(遊泳)에 묻혀지고
이제는 혼(魂)이 된 삶마다 고독으로 봉우리진 뫼무리가 되어
밥 짓는 초가, 외 홀로 산촌,
겨울로 한가해진 들녘에 머물고 있습니다
봄 산의 빛깔같은 청춘이 오후같은 겨울에 이르면
다다라 맴도는 너는 통성(痛聲)의 기도
부모와 연민과 그대와 산녘에 대하여
보낸 세월만큼 다가 온 세월에 대하여
혼자 운다는 것을 알았을 때
혼자란 것을 알았습니다
빈터는 숨이 멎어진 빈허(貧虛)로 잠자고
풀새들조차 가을의 저녁으로 누우면
바람의 숨으로 흩어져 갑니다
자연으로 돌아가고자 꽃으로 피웠을 봄 사람은
삶 속 삶을 사랑하는 낭만은
떠나간 님이라도 님은 님이라고 믿는 사랑은
왜 혼자 울어야 하는지를
알지 못하면서
영혼을 딛고 울어 주는 그대 님도
귓가를 맴돌다
허공을 가르는 메아리로 와서는
그 많던 사십 년륜이
바람이 되어 불어져 가는데도,
혼자 운다는것을 알았을 때
울음도 웃음이였음을 아는 님은
내 님이 되어 옵니다
내 안의 님이여
한가지라도 빛이기를 바랍니다
가슴 속 남겨진 이야기로 겨울의 봄처럼
사랑으로 다가와
지워지지 않은 내 안의 희망으로
님만을 그리워하는 모습이 되어
찾아 올 그날을 기다립니다
상처가 된 울음은 가을을 보내고 겨울을 보내면서
세월을 닮아 세월의 나신이 됩니다
그때처럼 하늘에 있고
그때처럼
별무리가 된 천지 자연 속에 녹아 있던
사연들도
작은 울음으로 서성거립니다
혼자 운다는 것을 알았을때
아
님은 별이 되어 하늘에 있습니다.
글.李旻影-1221[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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