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민 단추 사이로 더운 바람이 냉동되다 여섯 남편을 잉태한 몸으로 해를 안고 외줄을 타는 곡예사가 들리지 않는 노래를 한다
외로운 하늘을 쳐다본다 그 시선이 빗금을 그리고 금 사이 날이 서고 눈자위에 흩어지지 못하는 바람이 서 있다
목적지 없는 항해다 원시시대를 찾아가는 탐험가일까 야위어가는 내게 눈길을 준다 흔들리는 눈총을 모아 태워 어두운 가슴을 밝힌다
밤 기다려 물 길러온 여인 갈증을 채운 그녀 그를 기다려 또 우물가에서 서성이다
*최진엽.
시인 시사랑사람들’문학상 수상
<해설>
한국 여인의 한을 ‘우물가의 여인’이라는 모델로 등장시킨게 이채롭다. ‘우물가’라는 공간적 배경과 물 긷는 두레박 그리고 텅 빈 하늘, 기다림의 시간 등이 여인에겐 있었던 것이리라. 또한 여인과 물의 이미지가 잘 교착이 되어 여성상을 물로 상징시키고 있는 것도 신선하게 와 닿는다. 사랑과 고독과 애환, 무상 이런 것들이 여인의 삶속에서 지울 수 없는 덕목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