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E MIN YOUNG,추천시와 추천 문학

저녁을 읽으며 / 심정미

LEE MIN YOUNG 2011. 12. 10. 19:45

 

http://cafe.daum.net/lovesisarang/ElAn/1602 


저녁을 읽으며 / 심정미

 

 

저녁이 고맙게 돌아오는 날이 있다.

문간에 불 지피고 돌아서면

먼 데서도 가까운 듯 돌아올 이 있을까하여

마음은 갑자기 가려워진다.

 


풀벌레들 참새처럼 떠들어대도

그저 고마운

그리운 사람 돌아오는 날.

속으로 곪아 터진 가슴앓이 한 흔적들

온 몸에 문신다운 꽃으로 돋아나고

빛 다한 햇살 걸쳐 놓은 물든 서쪽 땅 밟으며

흥건한 연민으로 오시는 임과

가슴의 소용돌이 따라

하루해가 엎질러져

못 견디게 그리운 날의 찬란한 슬픔 안고

부산하게 그대에게 가는 나의 저녁.

 


참말로

그리워

그립다는 말 못하기에

문 밖에 걸어둔 불빛 이지러지기 전

꼭 오실 그대가 있다고 여기는

고마운 저녁이 있다.


심정미(부산. 시인) 
출처 <시사랑사람들문학 2006.10 시인 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