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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신문/시가있는 창, 밥사발-- 김광자

LEE MIN YOUNG 2007. 2. 22.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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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사발

김광자
 김광자


속 깊은 그도 상처를 받아 이가 빠졌다
뭉클하게 손끝에 걸리는 불은 밥풀
흐르는 물에 헹구자니
서로 부딪히다 상처 받은 줄 이제 알았다
상처가 깊지는 않았지만
몸이 성치 않다는 것 알았다
차고 뜨거운 밥알들 목으로 넘기는 동안
가족들이 몇 천 번은 휘저었을 속
상처를 쉬이 발견하지 못한 것은
묵묵한 그가 접시처럼 얇게 바닥을
내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먹고 사는 일보다 중한 일은 없는 것이어서
목숨처럼 사는 정 한 술 더 눌러 담으면
꾹 눌린 정은 빈 속 데우며 식지 않는다
쉽게 식어버리는 얇은 접시 속에
투박하게 엎드린 심지 깊은 모습
삼시 세끼 손으로 쓰다듬을수록
손끝에 묵직하게 실려와
살기 위해서 부딪힌 저 많은 날들이
배고플 때마다 곁에 있던 사발은
일년에 몇 번인가 생각나는
죽은 자를 위한 제기가 아닌 것이다
산자를 먹여 살리는 밥사발이기 위해
좁은 개수통 구정물 속 말없이 몸 담그다
제 몸이 먼저 상한 것이다
설거지가 끝나는 그 곳에서

* 시인 김광자. 시사랑사람들 동인시인.

<해설>

-우리의 가족사와 함께해 온 밥사발의 이면사를 잘 표현한 시라 하겠다. 편하게 사용해 왔지만 소홀하기 쉽고 그 고마움을 쉬이 잊어버릴 수 있는 것들이 비록 밥사발 뿐이겠는가. 시인은 밥사발을 통해 그 노고와 수고로움을 아주 담백한 문체로 읊고 있다.

이렇게, 살다보면 상처가 나는 것도 모르고 사용하지만 밥사발 그도 이 세상의 하나의 존재구실을 하는 것인 만큼 시인의 따뜻한 마음까지 읽을 수 있어 가슴 뭉클하게 다가온다.주위를 살펴볼 일이다. 묵묵히 자신의 존재역할을 하면서도 드러내지 않고 그늘진 삶을 살아가는 헌신적인 것들이 없는지, 또는 놓친 것이 없는지 말이다.

  입력시간 : 2007-02-19 14:48: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