섣달 그믐날--김남조 섣달 그믐날--김남조 새해 와서 앉으라고 의자를 비워주고 떠나는 허리 아픈 섣달 그믐날을 당신이라 부르련다 제야의 고갯마루에서 당신이 가물가물 사라져가는 길 뚫어서 구멍내는 눈짓으로 나는 바라봐야겠어 세상은 새해맞이 흥분으로 출렁이는데 당신은 눈 침침, 귀도 멍멍하니 나와 잘 어울리.. LEE MIN YOUNG,추천시와 추천 문학 2008.07.20
내가 백석이 되어--이생진 (이민영의 좋은詩選-155.詩人백석의 여인-1編. 자야의 사랑2(내가 백석이 되어--이생진 ) 시심마(패랭이꽃)/1992/87X129/한지에 수묵채색 / 김대열 (백석의 여인1편-자야의 사랑 2) 내가 백석이 되어--이생진 나는 갔다 백석이 되어 찔레꽃 꺾어 들고 갔다 간밤에 하얀 까치가 물어다 준 신발을 신고 갔다 그리.. LEE MIN YOUNG,추천시와 추천 문학 2008.06.28
낙타 --신경림 낙타 --신경림 낙타를 타고 가리라, 저승길은 별과 달과 해와 모래밖에 본 일이 없는 낙타를 타고. 세상사 물으면 짐짓, 아무것도 못 본 체 손 저어 대답하면서, 슬픔도 아픔도 까맣게 잊었다는 듯. 누군가 있어 다시 세상에 나가란다면 낙타가 되어 가겠다 대답하리라. 별과 달과 해와 모래만 보고 살다.. LEE MIN YOUNG,추천시와 추천 문학 2008.06.08
(생에 대한 시읽기) 먹은 죄 - 반칠환 먹은 죄 - 반칠환 새끼들에게 줄 풀벌레 잡아오던 지빠귀를 새매가 나꾸어 갔다 가까스로 허물 벗은 날개 말리던 잠자리를 물총새가 꿀꺽 삼켜 버렸다 오전에 돋은 새싹을 다람쥐가 갉아먹는다 그러나 어느 유족도 복수를 꿈꾸지 않는다 다 먹은 죄가 있기 때문이다 한없이 슬퍼도 적막한, 푸른 숲 속.. LEE MIN YOUNG,추천시와 추천 문학 2008.06.07
못은 밤에 조금씩 깊어진다 --김경주 (이민영의 추천시-992) 못은 밤에 조금씩 깊어진다 --김경주 어쩌면 벽에 박혀 있는 저 못은 아무도 모르게 조금씩 깊어지는 것인지 모른다 이쪽에서 보면 못은 그냥 벽에 박혀 있는 것이지만 벽 뒤 어둠의 한가운데서 보면 내가 몇 세기가 지나도 만질 수 없는 시간 속에서 못은 허공에 조용히 떠 있는 .. LEE MIN YOUNG,추천시와 추천 문학 2008.06.06
바람 부는 날 --김명순 [시인들의 추천시-900] 바람 부는 날--김명순 바람 부는 날 산에 오르면 숲 속에 두 팔 벌려 나도 나무가 되어 본다 나무가 되어 하늘을 쳐다보면 높은 나무들은 긴 장대비가 되어 하늘을 쓸고 있다 어린 시절 아버지가 긴 장대 빗자루로 마당을 쓸듯이 나무들이 이리 휘청 저리 휘청 바람에 부러질 듯 휘.. LEE MIN YOUNG,추천시와 추천 문학 2008.05.26
머위-문인수 . 머위-문인수 어머니 아흔 셋에도 홀로 사신다 오래 전에 망한 장남 명의의 아버지 집에 홀로 사신다 다른 자식들 또한 사정 있어서 홀로 사신다 귀가 멀어 깜깜 소태같은 날들을 사신다 고향집 뒤꼍엔 머위가 많다 머위 잎에 쌓이는 빗소리도 열두 권 책으로 엮고도 남을 만큼 많다 그걸 쪄 쌈 싸먹으.. LEE MIN YOUNG,추천시와 추천 문학 2008.05.24
꽃이 먼저 알아 -한용운 꽃이 먼저 알아 -한용운 옛집을 떠나서 다른 시골에 봄을 만났습니다. 꿈은 이따금 봄바람을 따라서 아득한 옛터에 이릅니다. 지팡이는 푸르고 푸른 풀빛에 묻혀서 그림자와 서로 따릅니다. 길가에서 이름도 모르는 꽃을 보고서 행여 근심을 잊을까 하고 앉았습니다. 꽃송이에는 아침이슬이 아직 마르.. LEE MIN YOUNG,추천시와 추천 문학 2008.05.17
저 혼자 깊어 가는 강 --박경순(박경순시선) (추천시--313)저 혼자 깊어 가는 강 --박경순(박경순시선) 저 혼자 깊어 가는 강과 박경순 시선 박경순시인님은 인천 출신의 시인이다. 2002년 언 ㅡ가을날이였다. 시사랑사람들.백석시인사이트의 같은 회원인 박시인이 출판기념회를 인천의 어디에서 한다고 초청장이 왔었다 그런데 참석하지 못했다 온.. LEE MIN YOUNG,추천시와 추천 문학 2008.05.17
코스모스 --김사인 코스모스 --김사인 누구도 핍박해본 적 없는 자의 빈 호주머니여 언제나 우리는 고향에 돌아가 그간의 일들을 울며 아버지께 여쭐 것인가 *출처-가만히 좋아하는-창비시선 262에서 조약돌 나도 강물처럼 밤별 아래 서서 언제나 저 겸허와 해탈의 온화를 닮을 것인가 언제이면 삶의 공간에서 파고들던 .. LEE MIN YOUNG,추천시와 추천 문학 2008.05.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