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E MIN YOUNG,추천시와 추천 문학

섣달 그믐날--김남조

LEE MIN YOUNG 2008. 7. 20. 20:42

섣달 그믐날--김남조

 

 

새해 와서 앉으라고

의자를 비워주고 떠나는

허리 아픈 섣달 그믐날을

당신이라 부르련다

제야의 고갯마루에서

당신이 가물가물 사라져가는 길

뚫어서 구멍내는 눈짓으로

나는 바라봐야겠어

 

세상은

새해맞이 흥분으로 출렁이는데

당신은 눈 침침, 귀도 멍멍하니

나와 잘 어울리는

내 사랑 어찌 아니겠는가

 

마지막이란

심오한 사상이다

 

누구라도 그의 생의

섣달 그믐날을 향해 달려가거늘

이야말로

평등의 완성이다

 

조금 남은 시간을

시금처럼 귀하게 나누어주고

여윈 몸 훠이훠이 가고 있는 당신은

가장 정직한 청빈이다

 

하여 나는

가난한 예배를 바치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