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밭 / 안도현 고추밭 안도현 어머니의 고추밭에 나가면 연한 손에 매운 물 든다 저리 가 있거라 나는 비탈진 황토밭 근방에서 맴맴 고추잠자리였다 어머니 어깨 위에 내리는 글썽거리는 햇살이었다 아들 넷만 나란히 보기 좋게 키워내셨으니 짓무른 벌레 먹은 구멍 뚫린 고추 보고 누가 도현네 올 고추 농사 잘 안 .. LEE MIN YOUNG,추천시와 추천 문학 2010.09.29
구월이 오면 / 안도현 출처/ 이동활의 음정/ 편집및 올린분 봉이님 구월이 오면 / 안도현 그대 구월이 오면 구월의 강가에 나가 강물이 여물어 가는 소리를 듣는지요 뒤 따르는 강물이 앞서가는 강물에게 가만히 등을 토닥이며 밀어주면 앞서가는 강물이 알았다는 듯 한 번 더 몸을 뒤척이며 물결로 출렁 걸음을 옮기는 것을 .. LEE MIN YOUNG,추천시와 추천 문학 2010.08.30
추억에서 / 박재삼 추억에서 30 박재삼 국민학교를 나온 형이 화월(花月)여관 심부름꾼으로 있을 때 그 층층계 밑에 옹송그리고 얼마를 떨고 있으면 손님들이 먹다가 남은 음식을 싸서 나를 향해 남몰래 던져 주었다. 집에 가면 엄마와 아빠 그리고 두 누이동생이 부황에 떠서 그래도 웃으면서 반가이 맞이했다. 나는 맛.. LEE MIN YOUNG,추천시와 추천 문학 2010.08.12
소리의 거처 / 조용미와 산 / 이민영 소리의 거처 / 조용미 비 오는 숲의 모든 소리는 물소리다 숲의 벚나무 가지들이 검게 변한다 숲 속의 모든 빛은 벚나무 껍질 안으로 빨려 들어간다 흑탄처럼 검어진 우람한 벚나무를 바라보고 있으면 숲에서 사라진 모든 소리의 중심에는 그 검은빛이 관여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마른 연못에 물이 들.. LEE MIN YOUNG,추천시와 추천 문학 2010.08.08
배회 / 나태주 배회 나태주 1 사랑하는 사람아, 너는 모를 것이다 이렇게 멀리 떨어진 邊方의 둘레를 돌면서 내가 얼마나 너를 생각하고 있는가를 사랑하는 사람아, 너는 까마득 짐작도 못할 것이다 겨울 저수지의 外廓길을 돌면서 맑은 물낯에 산을 한 채 비쳐보고 겨울 흰구름 몇 송이 띄워보고 볼우물 곱게 웃음 .. LEE MIN YOUNG,추천시와 추천 문학 2010.07.13
물이 아픈 이유 / 박남희 [시사랑사람들 추천시 2010-0628] 물이 아픈 이유 박 남 희 오늘은 아버지 기일이다. 임진강변에 와보니, 물을 박차고 새가 날아간다 물이 상처를 입고 어디론가 흘러간다 물을 벗어나는 일이 상처 입는 일이라는 것도 모른 채 새는 울면서 어디론가 날아간다 날개 달린 상처도 날아가다가 어느 마을엔가 .. LEE MIN YOUNG,추천시와 추천 문학 2010.06.28
성장 / 이시영 성장 이시영 바다가 가까워지자 어린 강물은 엄마 손을 더욱 꼭 그 러쥔 채 놓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그만 거대한 파도의 뱃속으로 뛰어드는 꿈을 꾸다 엄마 손을 아득히 놓치고 말았습니다. 그래 잘 거거라 내 아들아. 이제부터는 크고 다른 삶을 살아야 된단다. 엄마 강물은 새벽 강에 시린 몸을 한.. LEE MIN YOUNG,추천시와 추천 문학 2009.12.06
젊음을 지나와서 / 김형수 (원주의 아셀라시인님의 시편지-2) 젊음을 지나와서 김형수 서른 살 처녀로구나 저 심약한 주인공이 화려하게 피고 화려하게 지고 시끄럽지 않고서는 차마 견딜 수 없는 저때라면 나도 많이 잘못 갔으리 한마디 해주려다 예뻐 보여 참았다 처녀는 아직 모르는 일 세상의 모든 아름다운 추억은 사치처.. LEE MIN YOUNG,추천시와 추천 문학 2009.12.05
11월의 안부/ 석승면 11월의 안부/ 석승면 이태 전 시월 약수터 가는 길에 한 송이 참꽃 보고 저으기 놀란 적 있었는데요 어제 그러니까 2009년 11월 1일에 허리 휜 한줌 가을볕 한가운데 담벼락에 개나리 핀 것을 한참 쳐다보면서요 노오란 것이 제 색이 맞긴한데 문득 궁금한 안부, 11월에 두루두루 안녕하신지요 *출처. 시사.. LEE MIN YOUNG,추천시와 추천 문학 2009.11.21
수라/ 백석 수라(修羅)-백석 거미새끼 하나 방바닥에 나린 것을 나는 아무 생각 없이 문밖으로 쓸어버린다 차디찬 밤이다 언제인가 새끼거미 쓸려나간 곳에 큰거미가 왔다 나는 가슴이 짜릿한다 나는 또 큰거미를 쓸어 문밖으로 버리며 찬 밖이라도 새끼 있는 데로 가라고 하며 서러워한다 이렇게 해서 아린 가슴.. LEE MIN YOUNG,추천시와 추천 문학 2009.1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