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랑사람들 추천시 2010-0628]
물이 아픈 이유
박 남 희
오늘은 아버지 기일이다.
임진강변에 와보니, 물을 박차고 새가 날아간다
물이 상처를 입고 어디론가 흘러간다
물을 벗어나는 일이 상처 입는 일이라는 것도 모른 채
새는 울면서 어디론가 날아간다
날개 달린 상처도 날아가다가 어느 마을엔가 깃들 것이다
오랜 시간이 지나면
날개는 다시 물을 찾아가서
제 상처의 근원을 어루만질 것이다
하지만 날개는 상처가 아문 물 위를 평화롭게 헤엄치다가
어느 날 또 다시 새로운 발톱 자국을 물에 새길 것이다
*시집『고장 난 아침』(애지, 2009)에서
물은 흡착력이다.
보이지않는 공기를 마시면서도 알 수 없는
그 형체로 느낌을 느끼지않듯 그렇게 고요히 있어준 생명이다.
무생명체의 공학 속에 생명인 것들이 물의 조합이라면
물은 언제나 그만큼 꼭 있었다.
새가 그림을 그릴려고 물장구 위에 노닐때, 그것이 상처인 줄 모르고 같이 안아준 표면들,
그것이 남겨준 상처의 징표임에도 아기처럼 놀다가는 곳이라고
꾹 다문 새의 부리짓마냥 물은 엉키어 틈을 보이지 않는다, 경이로운 인간사의 정을 읽는다.
물이 아픈 것은
삶의 부대낌들이 준 상처 때문이 아니라 그려진 자욱을 지우는 일인 것이다.
자욱을 지우며 바람살에나 흔들려보는 듯, 내 살던 고향 낙동강 하구에 있었을 유유해진 고요,
얼마나 많이 마음속같은 발자욱을 지워내야 할까,
그래도 다가가는 발자욱,
사는 것이란 이렇게 고통스러우면서도 그립다는 것이다.
우리는 인간이 아니던가.
이민영(시인/시사랑사람들 대표). 2010.06.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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