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E MIN YOUNG,추천시와 추천 문학

물이 아픈 이유 / 박남희

LEE MIN YOUNG 2010. 6. 28. 19:23

[시사랑사람들 추천시 2010-0628]

 

물이 아픈 이유

 

박 남 희

 

 

 

오늘은 아버지 기일이다. 

임진강변에 와보니, 물을 박차고 새가 날아간다 

물이 상처를 입고 어디론가 흘러간다 

물을 벗어나는 일이 상처 입는 일이라는 것도 모른 채

새는 울면서 어디론가 날아간다 

날개 달린 상처도 날아가다가 어느 마을엔가 깃들 것이다 

오랜 시간이 지나면 

날개는 다시 물을 찾아가서

제 상처의 근원을 어루만질 것이다

하지만 날개는 상처가 아문 물 위를 평화롭게 헤엄치다가 

어느 날 또 다시 새로운 발톱 자국을 물에 새길 것이다

 

*시집『고장 난 아침』(애지, 2009)에서

 

물은 흡착력이다.

보이지않는 공기를 마시면서도 알 수 없는

그 형체로 느낌을 느끼지않듯 그렇게 고요히 있어준 생명이다.

무생명체의 공학 속에 생명인 것들이 물의 조합이라면

물은 언제나 그만큼 꼭 있었다.

새가 그림을 그릴려고 물장구 위에 노닐때, 그것이 상처인 줄 모르고 같이 안아준 표면들,

그것이 남겨준 상처의 징표임에도 아기처럼 놀다가는 곳이라고

꾹 다문 새의 부리짓마냥 물은 엉키어 틈을 보이지 않는다, 경이로운 인간사의 정을 읽는다.

 

물이 아픈 것은

삶의 부대낌들이 준 상처 때문이 아니라 그려진 자욱을 지우는 일인 것이다.

자욱을 지우며 바람살에나 흔들려보는 듯, 내 살던 고향  낙동강 하구에 있었을 유유해진 고요,

얼마나 많이 마음속같은 발자욱을 지워내야 할까,

그래도 다가가는 발자욱,

 

사는 것이란 이렇게 고통스러우면서도 그립다는 것이다.

우리는 인간이 아니던가.

 

이민영(시인/시사랑사람들 대표). 2010.06.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