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음의 행방
강영은
구름이 흘림체로 지나간다 언덕 위 버드나무가 해서체의 체위를 반복한다 은신처
를 찾는 휴먼, 둥근 헤드라인체의 비가 내린다
투명 화살촉이 내려꽂힌 곳마다 매직체의 강이 둑을 쌓는 저녁. 굴림, 굴림체, 바
탕, 바탕체로 번식하는 글자는 서사를 맨 처음 기록한 술사의 눈빛에 감겨든다
전위적인 소나무는 가지 끝에서 기울어진다
진화의 끝을 매듭하듯 빗방울을 흡수한 비알밭에는 복숭아, 오이, 가지, 딸기체의
시간들, 궁서체의 울음을 판독한 일몰의 눈, 코, 입이 희비쌍곡선으로 봉인된다
북방에서 기원된 몽고반점, 미처 기록하지지 못한 울음의 선사시대는 내 엉치뼈
에 새겨져 있다 오래 유전된 흉부에 종족의 낙인이 찍혔을 때 울지 않은 양들은 변
방으로 유배되었다
울음이 최초의 글자체가 되기까지 몇 억 개의 빗방울이 하늘을 갈랐을까 자판을
치자 쉽사리 읽히지 않는 서체가 확장체로 떨어진다
당신이 안부를 물을 때 어떤 울음은 구름이 되고 슬픔에 빠진 어떤 울음은 익사체
가 된지 오래이다.
출처『미네르바』 (2010, 봄)
<강영은은 1957년 제주에서 출생했다. 2000 계간 미네르바 문학으로 시를 발표,
<미네르바 문학>의 편집장/ 운영인 이다.>
시인이 시를 발표하고나서 자신의 시를 읽는 독자의 감은 무엇일까하고 궁금해 할지 모른다.
시작은 원래 심저 깊숙히 울려오던 마음의 그림자였을텐데
받아들이는 독자란 천태만상이어서 혹시 괜한 두려움이 앞서기 때문이다.
.그래서, 난 언제든지 시인들의 시를 읽고는 시에 대한 해석을 하거나 평론을 하지 않았다.
깊은 마음을 독자가 어히 알 것인가
단지 다가오는 느낌이란 모든 사람들에게는 공유된 한 가지인 것이므로, 그냥 가슴에 읽혀지는
시인의 비밀스런 속삭임에
<살며시 답을 한 것>뿐이다.속내를 옮겨주는 시 이기에
마음으로 다가선다. 울음의 행방을 찾아 따라나선다.
나를 매혹하지못한 세상은 나에게 다가와 운다.
나를 통째로 차지하지못한 구름은 날개짓 안녕을 외치며 여름의 분기처럼 아침나절에 앉는다.
남과 녀의 희비 쌍곡선, 어쩌면 태생부터 하나일 우리들의 생명은 잉태의 순간부터 그리움을 담았을 것이다.
솔직히 사랑한다고 사랑할 리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간구한 기도는 얻어지는 희망의 소망함 속에
충만된 희열이다. 느릿느릿한 여름이 온다.여름이 서성일 때에 기다림을 잡을 것이라고 외치면서
울음은 종일 울음을 짓는다.
..어느날 비내린 나무 숲길--길가 가지들 사이 매달린 빗방울의 이야기를 들을때
가장 먼저 떠오른 이야기가 기다림이었다고 속삭이던 것들이
대지 위에 있었다, ......이민영(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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