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E MIN YOUNG,추천시와 추천 문학

소리의 거처 / 조용미와 산 / 이민영

LEE MIN YOUNG 2010. 8. 8. 03:37



       

      
       소리의 거처 / 조용미     
      비 오는 숲의 모든 소리는 물소리다  
      숲의 벚나무 가지들이 검게 변한다 
      숲 속의 모든 빛은 벚나무 껍질 안으로 빨려 들어간다   
      흑탄처럼 검어진 우람한 벚나무를 바라보고 있으면 
      숲에서 사라진 모든 소리의 중심에는 
      그 검은빛이 관여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마른 연못에 물이 들어차고 연못에 벚나무와 느티나무의 검은 가지와 
      잎과 흐린 하늘 몇 쪽과 빗방울들이 만드는 
      둥근 징소리의 무늬들 가득하다   
      계류의 물소리는 숲을 내려가는 돌다리 위에서 어느 순간 
      가장 밝아지다가 뚝 떨어지며 이내 캄캄해진다   
      현통사 霽月堂의 月자가 옆으로, 누워 있다 계곡 물소리에 
      쓸린 것인지 물 흐르는 방향으로 
      올려 붙은 달, 물에 비친 달도 현통사 옆에선 떠내려 갈 듯하다   
      비 오는 날 숲의 모든 소리는, 물소리 뒤에 숨는다   
      『2009현대문학 수상시집』현대문학 2008 에서, 
      제니의 아우라 편집(2009)
      
      
      많이 잠이 들어
      寶庫같은 여유가 많다,
      깨어나지 않을 숨겨진 비밀이 많다,
      비밀은 부끄러운 나를 행복하게한다
      보여줄 수 없다는 이면이 한동안 서성거렸기 때문이다.
      솔가지에 착 달라붙어 안으로 아우성이던
      솔이파리도 비암산의 낙엽이 지면 흐믈 떨어져도 숨지 않는다
      이름으로 표시하고 싶은 사상이 해질무렵의 햇살같을
      황혼의 모습에 있었다고 한다'던가
      시를 쓰는 사람들의 눈에서 아득해지도록
      고독을 탓하던 山의 모습이라'던가 모두 그 자락에 있다.
      짧은 세상에, 언제, 많는 날의 시들을 옮겨서 두고
      볼 일이 있을 것인지, 여기, 날과 밤은 지새더라도
      사랑을 읽는다.
         프로필 이미지    李旻影시인, 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