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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비 -김명인

LEE MIN YOUNG 2008. 1. 7. 09:10




(이민영의 겨울에 피운 가슴 장미에서)
[李旻影의 초대시-127]

밤비 -김명인

유월 하면 골목길로 밤비 자욱이 돌아간다
제 마음의 부채를 지고 내리는 담장 위의
덩굴 장미는 어떻게 유월이 온 것을 알고
가로등 아래서도 꽃피운 것일까, 피워서 비에
꽃잎을 죄 떨구는 걸까
열흘 내도록 그대의 마음 밖에 서성댔으나
마침내 문 열지 못하고 돌아서는
젖은 사랑처럼
불빛에 떠는 꽃잎을 본다
비는 어디쯤 제 진창을 만들어 낙화
소용돌이 지우는 걸까
한 잎씩 어둠의 길로 내려서서
골목길 따라 사라지는 그대의 등
오래 바라보고 있다

(김명인 시집-푸른 강아지와 놀다, 문학과 지성사)

 



지금은 유월이 아니여도 좋습니다.
다가간 곳은 언제나 흔적을 따라다니는

가슴의 파문입니다.
지금은 입술이 아니여도 좋습니다.
마냥 느끼어 뚝뚝 떨어지는 숨소리 같은

나의 고뇌가 그대의 등 뒤에서 새기는 기다림일때
오오, 그것은 보내버리고싶도록 고마운 님의 그림자입니다.
비, 그대의 등을 눈으로 어루만져주는 장미의 유월은
'차마 제 진창을 만들어 낙화 소용돌이에 담습니다. '
김명인 선생의 시 중 밤비를 보냅니다, '열흘 내도록
그대, 마음 밖에 서성댔으나
마침내 문 열지 못하고 돌아 섭니다.'
제 등을 오래도록 바라다 보아 주십시요
지금은 유월이 아니여도
좋습니다.

李旻影



☆ Tchaikovsky - Nocturne No.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