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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는 애국가를 소리높여 따라불렀다 데일리안 | 입력 2010.02.28 10:45 | 수정 2010.02.28 10:48 [데일리안 김인만 작가]
◇ 김연아가 올림픽 금메달의 꿈을 이뤘다. 26일 오전(한국시간) 밴쿠버 동계올림픽 피겨 프리스케이팅 경기가 열린 퍼시픽 콜리시움에서 김연아가 태극기를 들고 있다. ⓒ연합뉴스 4분 남짓의 숨가쁜 연기를 끝내고 활짝 웃을 줄 알았더니 주체할 수 없이 흘러내리는 눈물을 보였다. 아직 경기가 끝나지 않았는데 각국 기자들이 나머지는 볼 필요도 없다는 듯, 최고 선수에게 우르르 몰려들어 사전 인터뷰를 했다.
시상대 위에서 태극기를 보며 가슴에 손을 얹고 애국가를 나직이 따라 불렀다.
26일 밴쿠버 동계올림픽의 김연아에게서 본 이 세 장면이 우리들 가슴에 찌르르한 울림으로 휘감겨 왔다.
김연아의 눈물은 후회없이 할 만큼 다했다는 만족스러움과 결과에 대한 자신감, 그리고 참을 수 없는 감격의 뜨거운 분출이었을 것이다. 김연아의 점수는 그 자신도 놀랐을 만큼 세계기록의 장벽을 뚫고 치솟아 각국 기자들의 촉각을 화끈하게 자극했을 것이며, 따라서 그의 사전 인터뷰는 남들이 넘볼 수 없는 뛰어난 기량으로 한국은 물론 세계 피겨스케이팅의 역사를 새로 쓴 '피겨 여왕'에 대한 응분의 대접이기도 했다. 그리고 시상대 위에 선 김연아. 태극기 앞에 경건한 예를 갖춰도 되는 것을, 세상살이 만고풍상을 모르는 이 어린 낭자가 무엇을 안다고 어찌 수줍은 표정으로 애국가를 따라 부르는 것일까. 태극기를 향해 가슴에 손을 얹고 애국가를 부르는 이 귀엽고 당당한 '대한민국의 딸'이 중장년 어른 세대의 적지 않은 사람들을 눈물짓게 했다. 기특하고 대견스럽고 고마운 '대한민국의 딸'을 누구라도 꼭 안아주고 싶은 일체감의 사랑 그것이었다. 피겨스케이팅은 단순한 경기만이 아닌 연기라고도 일컫고 있다. 기량과 예술미가 갈마들어 연출되는 스포츠 예술이다. 얼음판의 김연아는 순간순간 어리광 부리듯 아장걸음과 사뿐사뿐 새악시걸음에 이어 종종걸음을 치다가 갑작스레 앞으로 차고 나가는 달음박질과 거침없이 몸을 앞뒤로 내던지는 미끄러짐 위에 펼치는 부드러운 곡선의 율동미를 감칠맛나게 보여주었다. 전문지식이 없는 일반인이 보기에도 김연아가 쪼그려앉은 자세에서 팽이처럼 몸을 돌려 일어서며 팔다리를 펼치는 동작도 일품이거니와, 특히 힘찬 발돋움으로 얼음판을 박차는 날렵한 용솟음(점프)은 김연아 연기의 백미(白眉)로 일컬어지고 있다. 워낙 기량이 뛰어나 금메달은 떼어논 당상이라 하니 어련히 잘하랴마는 그래도 두 눈으로 확인하고 싶은지라 김연아의 용솟음에 탄성을 지르면서도 자칫 실수라도 나올까봐 가슴이 조마조마했다. 경쟁 상대는 일본의 아사다 마오 선수. 김연아에게 미치지 못하는 아랫길의 깜냥으로는 어쩔 수 없었지만, 이겨보겠다는 투지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었고, 이기지 못한 통한의 눈물을 함께 흘리는 일본인들의 심정은 충분히 공감이 가는 것이었다. 더욱이 하토야마 일본 총리가 TV에 나타나 김연아의 빼어난 실력을 언급하며 아사다 마오의 은메달도 잘한 것이라고 격려와 위안을 주는 모습이 두 나라의 민감한 간격을 말해주고 있다. 과거 박정희 대통령은 "한국인은 일본과 맞붙어야 실력 이상으로 잘 싸운다"고 말했었다. "일본을 따라잡아야 한다"며 일본과의 국가경쟁에 분발을 촉구하는 말이다. 전통적으로 일본과 스포츠로 맞붙는 투지는 우리 쪽이 강렬하다. 물론 역사 감정의 소산이다. 밴쿠버 동계올림픽 경기장에 많은 우리 교포들이 응원을 나왔지만, 돌이켜보면 지난날의 교포들은 조국이 너무 가난하고 부끄러워 외국인들 앞에 한국인이라고 떳떳이 말을 못했었다. 박 대통령이 국내의 공식공사에서 애국가 봉창을 하는 소리가 너무 작아, 자신없어 하는 우리네 모습을 그냥 두고 볼 수 없어 애국가를 다시 부르게 한 일도 있었다. 애국가도 당당히 부르지 못하는 국민과 그리고 국가 지도자의 심정이 오죽했을 것인가. 그렇게 모진 세월을 살면서 땀과 눈물을 쏟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기면서 대한민국은 달라졌다. 어린 낭자 김연아가 애국가를 당당히 부르고, 경쟁 상대라는 일본 선수가 넘볼 수 없는 높이로 우뚝 용솟음치는 장면이 아니라도, 남들이 몰라볼 만큼 엄청나게 달라진 것이 사실이다. 많은 것이 달라졌다. 지난날의 열등의식을 말끔히 씻고 어느새 국제무대에서 선두를 다투는 경쟁의식이 폭넓게 자리를 잡았다. 오늘의 한국은 세계 곳곳에 1등 상품을 쏟아내며 일본과 경쟁하는 경제력을 갖추고 있다. 키가 크고 체력이 좋아진 신세대의 모습도 지난날과 판이하게 달라진 새로운 한국인 형이다. 우리 선수들이 국제경기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도 남에게 뒤지지 않는 체력이 있어 가능한 것이다. 체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기술은 의미가 없다. 그리고 각계각층 구성원 저마다의 개성이 뚜렷하게 나타나 다양하게 각개약진하는 모습도 우리의 내일을 밝게 하고 있다. 예컨대 피겨스케이팅의 김연아가 연기를 끝내면서 두 팔을 내뻗으며 얼음판 위에 쌍심지 켠 눈길을 내리꽂는 마무리 동작에서 카리스마를 볼 수가 있다. 자신감과 당당함이며, 김연아 개성의 표현이다. 피겨스케이팅은 남들끼리만 다투고 우리가 끼어들지 못하던 종목이다. 그것을 석권함으로써 김연아는 국위를 선양하는 한국 신세대의 힘을 보여주었다. 뿐만 아니라 김연아는 "부모님에게 효도하게 되어 기쁘다"고 말했다 한다. 세월이 흐르고 세대가 바뀌어도 전통 가족문화의 정서는 쉽사리 바뀌지 않는다. 김연아의 연기를 한국식으로 관찰해 보는 것도 흥미롭다. 노들강변 실버들 같은 부드러움으로, 강강술래 춤사위처럼 두 팔을 들어 너울을 그리며 한마리 새처럼 날아가는가 싶다가도, 돌연 박달나무처럼 옹골차게 뭉친 힘으로 휘몰이장단에 쏜살처럼 날고 불꽃처럼 튀는 연기와 더불어, 야무지고 때로는 내숭스럽게 다듬어내는 한국 신세대의 풍부한 표현력에 우레와 같은 박수갈채가 터졌다. 국내외 언론이 쏟아낸 화려한 찬사를 보노라면 김연아는 산새ㆍ들새와 달리 구만리장천을 훨훨 날아가는 붕새 같은 존재였다. 그래서 더욱 우리네는 두둥실 두둥실 붕새춤을 추고 싶을 만큼 어화 둥둥 신명이 났다. 생활고와 온갖 병고에 시달리는 많은 사람들이 모처럼 기쁘고 즐거웠다. 오래간만에 모두가 잠시나마 행복해 참으로 고마웠다. 무엇보다 김연아는 대한민국의 내일을 담당할 미래세대에게 꿈을 심어주었다는 점에서 그 성공의 의미가 값지다. "할 수 있다"는 대한민국 성공의 키워드를 전해주고 있다. 모쪼록 김연아가 청천 하늘의 아름다운 별로 언제까지나 반짝이도록 본인은 물론 그를 다듬고 키워낸 사람들이 사후관리를 잘해주기 바란다. 김연아를 사랑하는 우리네의 바람이다. - Copyrights ⓒ (주)이비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