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덧상

용서에게 / 이민영

LEE MIN YOUNG 2010. 10. 6. 02:36

용서에게 

李旻影


너그럽다는 것에는 여유가 있을 것이다. 쉼없는 혈류의 노래가 한 박자 쉬어간다, 바지가랭이 제집 드나들듯 여름 바람은 시원했다. 고독한 밤에게는 함성이 없는 법이다  베푼다는 가슴의 소리만 있었다. 낮의 미간과 밤의 입술 사이엔 석양이란 것이 있어서 촉촉한 뒷산을 빛깔로 부시게 한다. 부신 빛깔이 갈 곳을 헤맬 때, 만질 수 없는 눈으로 대지를 안아볼 때, 퇴로가 막힌 추적자의 그대가 면벽에서 직진과 역주행의 판단 사이를 헤맬 때,  세월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생각이 부족하여 사랑하는 글조차 써지질 않을, 해를 보내는 십이월의 祭夜에, 사멸과 회생 사이에서 단정은 기우란 것, 밝은 것과 어두움의 이음새에는 파도처럼 흔들리는 기억의 그 것, 멈춤과 움직임 사이에 생존하는 뉴우톤의 만유인력, 여기 달콤한 육체의 S라인 마다 꿈틀거리는 발의 마당, 만남을 위하여 남겨진 인연도 하나 있어서 오밀조밀한,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차양 밑, 살아 움직이는 것과 살아있는 것이 오히려 힘들다는 것들 사이에는 상존하는 것, 너와 나 사이에는 자유로운 용서가 있었다, 헤어져 있어야하는 이별도 미련같은 약속이었다.

 

출처-작자의 블로그. 2010.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