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E MIN YOUNG,추천시와 추천 문학

물에 관한 시 두편, 김선우 박완호

LEE MIN YOUNG 2011. 4. 15. 00:14

 

물에 관한 시 두편, 김선우 박완호

 

물의 낯에 지문을 새기는

박완호

 

송사리가 뛰어올랐다 내려앉은

수면이 파르르 떨린다, 소심한

물낯을 흔드는 것은 물고기를 놓친

허공의 자책, 처음 온 곳으로 햇빛을 되돌려 보내는

비늘의 매끄러운 살결에 정신을 놓아버린

바람의 한숨, 조그만 동심원을 그리며

가라앉는 작은 물고기가 사실은

허공의 전부이고 바람의 온몸이라는 것을

몰랐기 때문, 고요하던 수면을 송두리째 흔드는 것은

너와 나, 너의 순간이 나의 순간 위에

지나온 시간의 무게를 얹었기 때문, 잔잔한

물의 낯에 한 겹 한 겹 지문을 새기는 일, 그것이

바로 사랑이라는 것을, 미처 몰랐기 때문

 

 

시집 『물의 낯에 지문을 새기다』(서정시학, 2011)

 

 

여울목- 김선우

 

 

무릉계에 와서 알았네

물에도 뼈가 있음을

파인 돌이 이끼 핀 돌 안아주고자 하는 마음

큰 돌이 작은 돌에게 건너가고자 하는 마음이

안타까워 물은 슬쩍 제 몸을 휘네

튕겨오르는 물방울,

 

돌의 이마 붉어지네 물 주름지네

주름 위에 주름이 겹쳐지면서

아하, 저 물소리

내 몸에서 나던 바로 그 소리

 

나 그대에게 기울어가는 것은

뼛속까지 몽땅 휘어지는 일이었네

 

 

시집『내 혀가 입 속에 갇혀 있길 거부한다면』(창비, 2004)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