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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E MIN YOUNG 2012. 10. 1. 21:26

이순간의 다림질

 

이민영

 

1960년에는 초꼬지 불이 방 주인이다

웃목에 할어버지 유훈과 명심보감과 효학경을 두손으로 비빈 다음에

갈지자로 꼬아 발뒷굼치로 땡겨 가랭이 사이로 빼 또아리를 뜨고

손바닥으로 문질러 길게 꼬아 아이들에게 항상 맛난 이야기의 실타래를 감는다

어매는 축축한 이야기를 풀 물에 이겨서 손가락지에 얹고 입에 문 다음

한올은 시키듯 촐게고 한올은 넙적다리 위에 짙물게 다림질한 다음

고무엄지로 물레에 채우면 또 하나의 입술에서는 곡선이 베틀에 올릴

한필 감이 되는 것이니 배람박 마다 귀뚜라미가 시게 웃고 부삭에는 부지깽이가 연기에 울댄다

살강에서는 진김치와 진감자가 가마니 틀새로 놀러와서는 새끼 사이로 방긋거리며

눈들로 여리게 웃고 차게 논다 난 초고지 심지 가까이 굵은 때물을 흘리며

책 갈피를 넘기며 밤을 새우는데 지나가던 바람이 터벙에서 이야기하기를

이리 더운 밤 하룻밤만 재워주세요 지나가던 풀잎이 하는 말 이리 더운디

손위 물장구 구슬을 하나 주세요 지나가던 별들이 하는 말 이리 더운디 구렁뱅이가 삼역구를 만나서

뎁다 도망간 해당 귀신과 아기별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자꾸만 뒤척이다가

어매의 젖무덩으로 아가와 별들과 바람이 뒹굴며 간질러댄다

초고지 불이 부끄럽다고 방을 삼키면 아비의 방귀 뀐 웃음소리로 밤이 부서지고.

웃음소리는 지 발인데도 지 발에 넘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