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레속의 미영 / 이민영
네 한 소리가 나면
내 한 소리가 따라나선다, 단군 할아버지만 아니다 먼 옛날 단군 할머니가 머리 하해지도록 수련한 구름산 위에서
지금쯤 태백산 어디 그런 곳으로, 시키듯 밀려내린 올의 핑갱소리, 자장가 부르시던 부모님 때의 일이다.
그래서 밤은 지쳐 어두워졌는데도 둥그란 얼굴이 있고 가슴마다 윤이나는 유월보름의 시렁밭, 그런 사랑,
만지면 어지러운 웃음이 있어뵈는, 살 이야기로 내리두른 새악시의 볼조음으로 뛰노는
이런 석양으로, 뒷동산을 내리면, 수줍게 짓누른 댓잎소리의 밤도 사랑채와 같이 울어댄다
낮을 밝히지 못하는 수줍은 두려움에서 일까, 나는 다시 초꼬지 심지를 밝혀 옛이야기를 깨우고
윗목 시렁 마냥 툇마루에서 물레로 물레를 감는다. 달작지근한 미영이 꽃등을 안고
아가의 웃음을 돌리는 것-사랑의 시작, 옹알거림, 평화,밝게 오셔서
젖무덤까지 내려놓으신 할머니의 부끄러운 옷고름까지
졸음 겨윈 오후의 겨울을 따습게 챙기고 있는 것이다.
(2013. 02.01 블로그에서//시사랑사람들. 1985. 이민영)
출처 : ♣ 이동활의 음악정원 ♣
글쓴이 : 논시밭에 지까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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