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간의 다림질 2 , 옛집에 들러 -이민영
(삼짓날에 뵙지 못해 유월에야
맹강 덩굴로 뒤덮은 아부지 묏둥을 벌초하였습니다.)
옹골 핸팬짝 사립문을 여니 아부지가 깔망태를 들고
외양간에서 나오시던 것이었습니다.
잘게 썬 짚풀에 쌀겨 버물러 쇠죽을 쑤고
솔가리와 장작이 파닥거리고 섶문새로
한데바람은 정개를 떠날줄 모릅니다.
하얀짐이 항꾼에 솥뚜껑을 열자
부지깽이와 솔가리가 두손을 맞잡고
피식피식 웃어예는 군불에 솔낭구 발바닥이 간지럽다고
타다닥 시한날이 붉어지도록, 궁댕이는 메주처럼 익어갑니다.
-빠침, 도롱테, 구슬, 때까우, 멍멍이, 이시거리가 마당에서 춤추고
쇠비름,자운영,강아지풀,독새끼,시앙치, 맹생이들이 달려와
살곶이와 들녁의 이름을 채워 넣습니다, 해질녁 쓰르라미 노래는 감당할 수 없습니다.
다우다 몸빼입은 엄니가 살사춤을 추는, 파란 새악시처럼 뜬금없이 웃고있는 거지요.
저 초록이 붉어지도록 아가는 방구를
뀌대고, 밤은 노랗게 익어 갑니다.
(행복한사랑. 이민영시인. 2014년 모습)
출처 : ♣ 이동활의 음악정원 ♣
글쓴이 : 행복한사랑이민영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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