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비에 젖고 있다
김 지 향
해가 하늘 밖으로 나와도
해에게 업혀있는 구름은 마르지도 않고 비를 만든다
비가 추적추적 내려온다
비는 하늘 마개를 열어놓은 채 연거푸 내려온다
나무 아래 불법 침입한 나는 나무 잎사귀를 머리에 씌운다
비는 나무 잎사귀도 패대기쳐 눕혀버린다
나무, 바람, 공기, 사람을 몽땅 물 항아리 속에 집어넣고
비에게 얹혀있는 어둠도 물 항아리 속에 집어넣고
사람 몸속에 들앉은 가슴도 물 항아리 속에 집어넣고
비는 혼자 귀밑머리 하나도 젖지 않고
여름 속으로 유유히 흘러들어간다
여름이 마구잡이로 비에 젖고 있다
출처 시사랑사람들 문학.2009.06.시인님 기고에서
김지향시인. 호는 우당, 문학박사. 전한세대문창과 교수,- 전임 한국여성문학인회장,
우당 김지향 시인은 베짜기의 마술사다. 삼베를 짜도 인간문화재 급수요, 명베를 짜도 그렇다. 더구나 명주 비단실을 풀어 무지개를 짜듯 시 짓기를 할 때는 이 나라 여성 시인들이 따라 올 수 없는 꽃대궐집 맏며느리 같다. 여기에 그의 언어 실을 풀어내 안동 모시 같은 시어의 씨줄 날줄을 짜깁기 할 때는 모던한 이미지의 한국 여성 시의 꼭두베가 펼쳐진다. 달밤 모래 밭에 널어놓은 비단 베필이 강바람 바닷바람 산바람에 더욱 희게 바래지는 고급 실크 포엠이 되는 것이다. 우당 김지향 시인의 시는 조선 대가 집의 베 짜는 맏며느리의 시풍이요, 이 나라 여성 시인 중 언어를 가장 단단하게 잘 다뤄 짜 맞추는 비단짜기의 모범 원로 시인 속 대가다운 면모를 지니고 있다.
(현대시인협회 신세훈 이사장의 축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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