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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문학·선〉 신인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유현숙 시인의 첫 시집으로 2009년 문화예술위원회의 창작기금을 수혜했다. 모성과 그에 맞물린 몸, 그리고 사회적 자아들에 관한 담론들을 힘 있게 제시하는 시편들이 수록되어 있다.
저자 : 유현숙
1부
꽃그늘
섬
손금
보이차를 마시며
굴비
점멸기
한 시인과 개미를 위한 시간
사회면에 깔리다
봄볕 소묘
물의 감옥
저녁 숲에서 이야기하고 싶은 것들
귀향
폐경기
쇠똥을 굴리다
2부
태풍이 온다
모텔 미라지
상고대
서해와 동침하다
꽃 지다
간월암-서해로 가는 길 3
두족류
말 몇 마디를
안 해
바이센테니얼
Castrato
초승달
아궁이
3부
우물-태국전통 안마를 받으며
꽃물빛 반달
무덤에도 색깔이 있다
보름사리
도라산 가는 길
구포행 밤 열차는 여덟시에 떠나네
적란운-피피섬에서 파통까지
가을, 곡달산
새벽강
루빠 미자르
울음소리
4부
사하촌
아버지의 약장
늪
신열
겨울 삽화
폭설
샤콘느
맥스웰 하우스, 모델리아니
연줄을 끊다
장항선 풍경
안전선 밖에서
봄밤
Here I wait for you
거미
해설 홍신선-솔개와 어머니, 여성적 삶의 두 기표
서해와 동침하다
공중을 덮으며 한 떼의 철새들이 밀입국해 온다
기러기 떼 가창오리 떼 억새 밭 너머에 콩알처럼 깔려 있다
유효기간이 뚜렷이 각인된 바코드를 등에 찍고
저렇듯 세상을 경유한다
서해는 해감을 토하며 뒤척이고 뼈 속까지 붉은 서약의 저녁이
뜨겁다
사르륵 새들의 옆구리에서 깃털 떨어지는 소리 들리고
이제 막
서쪽에 닿는 이는 옷을 벗는다--- p.37
해설을 쓴 홍신선 시인은 다음과 같이 유현숙의 첫 시집을 평가하고 있다. “지금까지 나는 유 현숙의 시를 이 땅에서의 여성적 삶이 어떤 것인가. 또는 여성성이란 무엇인가란 물음을 앞세워가며 읽었다. 이는 그녀가 여성성에 대한 자각을 시적 세계관으로 삼았는가 아닌가와는 상관없는 일일 터이다. 왜냐하면 시는 상당부분 시인들의 잠재의식내지 무의식 속에-따라서 특정한 자각내지 의도와 관계없이- 깊이 심지를 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는 젠더의 구분과도 상관없이 뭇 시인들에게 공통된 사안이라고 할 것이다. 이 같은 일의 이치 그대로 유현숙의 경우도 그 자각여부와 상관없이 여성성은 작품들 속에 일정 정도 드러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내가 시의 길안내를 하며 여성성의 시각에서 유현숙의 시를 읽어온 까닭도 오로지 여기에 있다 할 것이다. 거듭된 말이지만 유현숙의 시들은 모성과 그에 맞물린 몸, 그리고 사회적 자아들에 관한 담론들을 힘 있게 제시한다. 그리고 그와 같은 담론들을 작품화하는 과정에서는 다른 여성 시인들과 시적 전략을 달리한다. 지난 90년대의 여성시인들, 이를테면 김언희나 김선우 등이 선보인 시적전략과 꽤는 다른 방법론을 택하고 있는 것이다. 가령 김언희의 경우는 그동안 남근중심사회에서 줄기차게 금기시했던 몸 관련 언어나 표현들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 그의 시에서 한결같게 읽었던 성에 관한 각종 비속어나 몸의 표현들이 그 단적인 예일 것이다. 거기에 비해 유현숙은 우리시의 규범문법들을 모범생처럼 정공법으로 보여준다. 이번 시집 대부분의 작품들을 관통하고 있는 강인하리만큼 잘 단련된 절제의 시적 태도 등이 특히 그렇다. 그 절제는 행간을 최대한 넓히며 주관적 감정들이나 사설들을 철저하게 걷어내는 형식을 취한다. 그러면서...해설을 쓴 홍신선 시인은 다음과 같이 유현숙의 첫 시집을 평가하고 있다. “지금까지 나는 유 현숙의 시를 이 땅에서의 여성적 삶이 어떤 것인가. 또는 여성성이란 무엇인가란 물음을 앞세워가며 읽었다. 이는 그녀가 여성성에 대한 자각을 시적 세계관으로 삼았는가 아닌가와는 상관없는 일일 터이다. 왜냐하면 시는 상당부분 시인들의 잠재의식내지 무의식 속에-따라서 특정한 자각내지 의도와 관계없이- 깊이 심지를 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는 젠더의 구분과도 상관없이 뭇 시인들에게 공통된 사안이라고 할 것이다. 이 같은 일의 이치 그대로 유현숙의 경우도 그 자각여부와 상관없이 여성성은 작품들 속에 일정 정도 드러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내가 시의 길안내를 하며 여성성의 시각에서 유현숙의 시를 읽어온 까닭도 오로지 여기에 있다 할 것이다. 거듭된 말이지만 유현숙의 시들은 모성과 그에 맞물린 몸, 그리고 사회적 자아들에 관한 담론들을 힘 있게 제시한다. 그리고 그와 같은 담론들을 작품화하는 과정에서는 다른 여성 시인들과 시적 전략을 달리한다. 지난 90년대의 여성시인들, 이를테면 김언희나 김선우 등이 선보인 시적전략과 꽤는 다른 방법론을 택하고 있는 것이다. 가령 김언희의 경우는 그동안 남근중심사회에서 줄기차게 금기시했던 몸 관련 언어나 표현들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 그의 시에서 한결같게 읽었던 성에 관한 각종 비속어나 몸의 표현들이 그 단적인 예일 것이다. 거기에 비해 유현숙은 우리시의 규범문법들을 모범생처럼 정공법으로 보여준다. 이번 시집 대부분의 작품들을 관통하고 있는 강인하리만큼 잘 단련된 절제의 시적 태도 등이 특히 그렇다. 그 절제는 행간을 최대한 넓히며 주관적 감정들이나 사설들을 철저하게 걷어내는 형식을 취한다. 그러면서 작품의 얼개를 빈틈없게 만드는 견고함을 보여준다. 이 같은 그의 시적 성취는 남다른 개성으로 읽힌다.”
불기 끊겨 식은 아궁이 같은 우리 삶의 비늘조각들을, 건조하게, 그래서 더 절절하게 드러내준다. 바닷가 포도밭에는 달밤에 검붉게 익는 포도알, 검푸른 바다 빛이 검은 포도알 속에 스며들어 익는다는 기발하고 놀라운 시상에서, 어느새 유현숙 시인이 이만큼 컸을까 익었을까 대견하고 자랑스럽다.
풍경을 치고 온 바람이 연등 아래를 맴돌 듯, 작품마다 감칠맛 나는 재치 있는 어휘 구사로 참신한 발상을 더 색다르게, 쓰리고 아린 맛을 맛보게 한다. 그래서 정작 할 말은 시침 떼고 감추었다가 은연중에 드러내는, 에두르고 엉뚱하고 능란한 기법으로, 삶이 절여든 간조기 굴비 같아, 감동 역시 굴비만큼 값지고 깊고 은근하다. - 유안진(시인)
얼마만인가. 잠든 미의식을 두드리는 영특한 시어들의 난무, 그 황홀한 꽃비를 만난다. 후미진 생의 그늘을 감당하기 어려웠을 한 여성이 시와 만나는 만혼기, 그 일상을 뛰어넘는 영혼의 은유를 어찌 기꺼이 보듬지 않을 수 있으랴. 아무것도 아닐 성싶은 일상을 파고들어 시의 난맥을 풀어내는 절묘한 언어의 부림에 죽비를 맞는 기분이다.
그렇다. 그의 시는 예고 없이 들이닥친 남루한 밤의 여행자처럼 문학적인 상상력이 고갈된 내 가슴에 놀랍고도 서늘한 지문을 남기고 있다. - 신항섭(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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