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덧상

가을의 귀향

LEE MIN YOUNG 2010. 10. 13. 23:33

가을의 귀향

 

이민영(李旻影)


이제는 저녁의 햇살이

동트는 것처럼 산마루에서
숨을 술 것이다
사람들은 집집마다 생명을 키고
삭삭이 캥캥거리는 들마당이
추녀의 낙숫소리 기댄 길손처럼

이마 맞대고있을 것이다

어미와 아비가 눈짓을 교환하고
그 광경을 어린 아들의 눈에는

오늘 밤은 새로울 것이다
아하 이즈막하야 베질쌈으로 물레가 돌고
귀뚜리가 별을 물어 달리는 시각
설겅이 주체막대에 빛이 난다
달이 맨발로 마악 산마루를 올라 오르고
별들의 이파리가 숲길마다
우수수 떨어져 펄럭인다

붉게 따가워진 하루가

집집마다 등불이 되 저녁마다 

길손의 어둠을 밝혀주고는
사각 사각 사각

저 남쪽나라에서는

봄을 틔우려는 어린 싹들,
아장 아장 아장

그 걸음 그 이야기를

입에 물고 그리워하는
세럼빡의 빗진 그림자가 

누워있을 것이다.


  출처,사랑의 한국시인-이민영(06 11 07), 시사랑사람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