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새/유정인
그리움을 습격하듯 날아 온 새가 잠들었다
낌새도 없이 나뭇가지 흔들려서 왔다는데
늦 장마에 얼굴색 바꾼 강물 까칠하게 흐르고
마른 풀내음 같은 잠은 깊지도 않은지
차마 다 접지 못한 지친 날개가 살풋 떨린다
가까이서도 아득한 꿈에 있을 영혼을
어떤 이야기로 다독여 줄까
별이 앉아도 알아 볼 수 없는 강물 여전히 흐르고
최후까지 하심으로 휘어지는 저 싸리꽃 향기도
기쁨 조차 슬프기만 한 가을 한 밤
눈빛 감추고 잠들었다고 잊은 것 아닐테고
잎이 색을 바꿔도 새는 무심히 나뭇가지에 앉았다
떠날 것이고, 또 그렇게 그리워 하겠지
먼 길 잡아 당겨 핏줄 터질듯 미소지어도
심장 뛰는 만큼 다시 아파할 것을, 어쩌면
바람에 흔들린 나뭇가지가 미워질지도 모를 일이다
단단히 묶인 시간만큼은 그립지 않기를 바라지만
강물은 상처난 몸으로도 저리 흘러가고
날이 새면 오색 불면의 가을이 이어지겠지
그래도 오늘, 오늘은 그냥 꿈을 꾸게 해야 한다
잠들어도 잠들지 못한 새는 하늘 저어기
졸음 몰아가며 날개가 찢기고 관절이 근심 해도
함께 뒹굴 것을 알기에
<출처 사이화카페 06.08.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