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E MIN YOUNG,추천시와 추천 문학

시간의 동공 - 박주택

LEE MIN YOUNG 2012. 1. 27. 23:30

 

시간의 동공

 

박주택


이제 남은 것들은 자신으로 돌아가고
돌아가지 못하는 것들만 바다를 그리워한다
백사장을 뛰어가는 흰말 한 마리
아주 먼 곳으로부터 걸어온 별들이 그 위를 비추면
창백한 호흡을 멈춘 새들만이 나뭇가지에서 날개를 쉰다
꽃들이 어둠을 물리칠 때 스스럼없는
파도만이 욱신거림을 넘어간다
만리포 혹은 더 많은 높이에서 자신의 곡조를 힘없이
받아들이는 발자국, 가는 핏줄 속으로 잦아드는
금잔화, 생이 길쭉길쭉하게 자라 있어
언제든 배반할 수 있는 시간의 동공들
때때로 우리들은 자신 안에 너무 많은 자신을 가고
북적거리고 있는 자신 때문에 잠이 휘다니,
기억의 풍금 소리도 얇은 무늬의 떫은 목청도
저문 잔등에 서리는 소금기에 낯이 뜨겁다니,
갈기털을 휘날리며 백사장을 뛰어가는 흰말 한 마리
꽃들이 허리에서 긴 혁대를 끌러 바람의 등을 후려칠 때
그 숨결에 일어서는 자정의 달
곧이어 어디선가 제 집을 찾아가는 개 한 마리
먼 곳으로부터 걸어온 별을 토하며
어슬렁어슬렁 떫은 잠 속을 걸어 들어간다

 

...........

의지

 

이민영

 

눈은 이성의 이빨처럼 번득이면서도

그리움이라든가, 사랑이라든가, 18번같은 속설속의 내면에서는

금방 죽기라도 할 것같은 탐욕의 혀로 핥아낸 유혹만 남아있었다

해풍에 이끌리는 바닷가

하릴없이 짖어대는 파도의 인연인 겨울적경이

밀려가서는 얼굴로 부벼야하는 인연,

산채로 묻어지낸다는 지장의 토서록에서 조선시대의 판관은

육지 속에 바다가 있었다고 그리말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바다는

인자를 넘어서는 탐욕인데, 바다는 육지에 머무는 산 숨이고

널띠 너른 고독 위에 만남의 꽃을 피운다, 한 없이 피워버리고도 탄다, 타고도 탄다.

 

우리들은 때론 자신 속에 가두어만 놓은 자유가 하나 있다, 그 방임에 함몰된 스승인 나

이렇듯 우리들의 이파리같을 자유의 방임이 가을낙엽의 이파리라면 겨울의 운명이라면 

햇살줄기로 내린 빛의 사랑도 그것 키스의 적멸이 이룬 자유였음을 안다. 사랑이 쓰러져 시간 위에 눕고,

청춘이 쓰러져 나의 둘레에 눕고, 하늘이 쓰러져 허망의 육체 위에 눕고,

세상의 진리가 쓰러져 토설해진 혓바닥에 구르고

만남과 이별이 헤어진 여인네의 낙수 속에 아직도 헤매인다면

우리 , 성찰로 이루어진 사랑의 답은 어디서 찾을까

이성의 함몰 속에서 열렬히 애무하는 시여

속설은 언제나 자유를 바라는 몸체의 의지가 아닌가,

 

 

..............................2011.12. <사랑사람들 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