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E MIN YOUNG,추천시와 추천 문학

[스크랩] 2011사랑나눔 송년미술제 출품작(정지용의 향수 全文과 해설) - 혜풍 김광희

LEE MIN YOUNG 2012. 7. 23. 00:28

 

     혜풍 김광희 - 정지용의 향수(全文) / 52*85 / 화선지에 먹,커피,소금 / 2011. 12. 1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배기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음~♬]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빈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졸음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벼개를 돋아 고이 쉬는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흙에서 자란 내마음, 파란 하늘빛이 그리워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로 풀섶이슬에 함추름 휘적시던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전설 바다에 춤추는 밤물결 같은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이와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 사철 발벗은 아내가
따가운 햇살을 등에 지고 이삭 줍던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우~♬]

하늘에는 성근 별 알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
서리 까마귀 우지짖고 지나가는 초라한 지붕
흐릿한 불빛에 돌아 앉아 도란도란 거리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꿈엔들~ 꿈엔들~ 꿈엔들~] 잊힐리야


두 단어가 개성적으로 결합된 시어들은'해설피', '전설바다', '밤물결', 등 이다. 이밖에도 결합어는 많다. '실개천', '풀섶', ' 금빛', '질화로', '짚벼 개', '귀밑 머리' 같은 시어들이다. 이렇게 그는 결합어를 많이 활용했다. 이 중에는 '풀섶'이나 '짚베개'처럼 상용화된 복합어도 있지만, 그 연결이 참신하 여 독특한 의미를 담고 있는 시어도 있다. 대표적인 것들이 '해설피', '서리 까 마귀', '전설바다', '얼룩백이 황소'등이다. 이 중에 일반적으로 잘 못 알려진 시어가 '해설피'이다. 이 말은 애매한것 같지만, 그의 독특한 造語法을 이해하면 쉽게 풀린다. '해설피'는 '헤슬피'가 양성모음으로 바뀐 것이다. 헤슬피는 헤피슬피의 축 약이다. (이렇게 시어가 양성모음으로 축약 변형되는 경향에 대해서는 후술한 시어의 변형법에 충분히 설명되어 있다.) 즉 '헤슬피'는 '헤피'(헤프게)와 '슬 피'(슬프게)가 결합된 축약 변형이다. 그 과정은 <헤피+슬피 →헤슬피 →해설피 >이다. 그 의미는 '헤프고 슬프게'란 뜻이다. 이렇게 보면 시행 속에서 의미가 잘 조화된다. "얼룩배기 황소가/'헤피슬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으로 시 행의 의미가 잘 살아난다. 이 때 '헤피슬피' 보다,' 헤슬피'가 효과적이다. 시 어가 함축적이고 경제적이기 때문이다. 또 '헤슬피'보다는 '해설피'란 변형이 더 적절하다. 이어지는 단어 '금빛'과 잘 조화되어 밝고 신선한 느낌을 주기 때 문이다. 이 단어는 애매한 것 같지만, 그의 조어법을 알면 지극히 분명하게 이 해된다 '석근'을 '성긴'(드문드문하다)의 변형으로 보는 견해가 있다. 그러나 모음만 바꾸는 그의 변형 어법과 맞지 않는다. '성기다'란 뜻이라면, 그는 '성근'으 로 표기했을 것이다. '석근'은 '석긴'(석기다: 섞이다의 연철)의 변형이다. '석 긴'이 '석근'으로 바뀐 것으로 보아야 그의 시어 변형규칙에 맞는다 변형의 또 다른 경우가 음을 첨가한 것이다. 예를 들면, '참하'와 '뷔인'과 '파아란' 같은 시어들이다. '참하'에서 'ㅎ'첨가는 강조를 위한 것으로 생각된 다. '차마'보다 '참하'가 강조의 효과가 크다. 잉여음 'ㅎ'은 4음보의 율격미에 기여하고 있다. '빈'에 모음을 첨가하여 '뷔인'으로 표기하여 겨울 밭의 황량 한 공허감을 강조했다. 이 시의 1연과 5연은 고향의 배경 묘사이고, 나머지 연은 가족들에 대한 묘 사이다. 2연에 아버지가, 3연에 화자 자신이, 4연에 누이와 아내가 등장한다. 이들의 배치에 가부장적 서열의식을 느낄 수 있다. 유교논리를 강하게 느낄 수 있는 곳은 4연 아내에 관한 표현이다. "아무러치 도 않고 여쁠 것도 없는 /사철 발벗은 아내가"란 표현에 아내를 경시하는 남존 여비의 사상이 담겨있다.
민병기/창원대교수

출처 : 惠風 김광희 - 書藝術
글쓴이 : 혜풍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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