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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이민영의 사랑시 3, 이순간의 다림질, 옛집에 들러 / 이민영

LEE MIN YOUNG 2014. 8. 10. 22:27

이순간의 다림질 2 , 옛집에 들러 -이민영


 

(삼짓날에 뵙지 못하여 유월에야

맹강 덩굴로 뒤덮은 아부지 묏둥을 벌초하였습니다.)

동네 핸팬짝 옛집사립문을 여니 아부지가 깔망태를 들고

외양간에서 나오시던 것이었습니다.

잘게 썬 짚풀에 쌀겨 버물러 솥에 넣고 쇠죽을 쑤니

솔가리와 장작이 파닥거리고 섶문새로 한데바람은 정개를 떠날줄 모릅니다.

하얀짐이 항꾼에 솥뚜껑을 열자 부지깽이와 솔가리가,

피식피식 웃어예는 솔낭구 소리에 발바닥이 간지럽고

타다닥 콩소리로 붉어지도록, 궁댕이는 메주처럼 익어갑니다.

빠침, 도롱테, 구슬, 때까우, 멍멍이, 이시거리가 마당에서 춤추고

쇠비름,자운영,강아지풀,독새끼,시앙치, 맹생이들이 달려와 가슴 울렁거린

살곶이와 들녁의 이름을 채워 넣어도 해질녁 쓰르라미노래는 감당할 수 없습니다.

다우다 몸빼입은 엄니가 뜬금없이 살사춤을 추는, 파란 새악시처럼 웃고있는 거지요.

저 초록이 붉어지도록 아가는 방구를

뀌대고 밤은 노랗게 밝아옵니다.

 

*출처 이민영시목록 2000-2003(문예지, 신문시창기고)에서

출처 : ♣ 이동활의 음악정원 ♣
글쓴이 : 幸福한 사랑1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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