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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이민영의 사랑시 3, 이순간의 다림질, 옛집에 들러 / 이민영

LEE MIN YOUNG 2014. 8. 12. 20:14

이순간의 다림질 2 , 옛집에 들러 -이민영


 

(삼짓날에 뵙지 못하여 유월에야

맹강 덩굴로 뒤덮은 아부지 묏둥을 벌초하였습니다.)

동네 핸팬짝 옛집사립문을 여니 아부지가 깔망태를 들고

외양간에서 나오시던 것이었습니다.

잘게 썬 짚풀에 쌀겨 버물러 쇠죽을 쑤니

솔가리와 장작이 파닥거리고 섶문새로

한데바람은 정개를 떠날줄 모릅니다.

하얀짐이 항꾼에 솥뚜껑을 열자

부지깽이와 솔가리가 두손을 맞잡고 

피식피식 웃어예는 솔낭구 소리에도 발바닥이 간지럽다고

타다닥 콩 소리로 시한날이 붉어지도록, 궁댕이는 메주처럼 익어갑니다.

-빠침, 도롱테, 구슬, 때까우, 멍멍이, 이시거리가 마당에서 춤추고

쇠비름,자운영,강아지풀,독새끼,시앙치, 맹생이들이 달려와

살곶이와 들녁의 이름을 채워 넣습니다, 해질녁 아부지의 쓰르라미 노래는 감당할 수 없습니다.

다우다 몸빼입은 엄니가 살사춤을 추는, 파란 새악시처럼 뜬금없이 웃고있는 거지요.

저 초록이 붉어지도록 아가는 방구를

뀌대고, 밤은 노랗게 밝아 옵니다.

 

*출처 이민영시목록 2000-2003(문예지, 신문시창기고)에서

출처 : ♣ 이동활의 음악정원 ♣
글쓴이 : 幸福한 사랑1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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