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의 편지-李旻影
11월 입니다.
산천이 여름의 닻을 내리고
산천으로 되돌아 와
그만큼의 거리에서
가을과 가을의 이별이었던
여름날의 인연을 노래합니다
지난날 만남은
꽃술이 흐느끼던 목대의 울림 안
여운이기도 하였고
아련하였으되 어린 기억들은
이파리의 숨이 되기도 하면서
우리들과 우리들은
웃음웃는 춤이 되어
어깨 동무로 그대를 맞이합니다
두고온 삶의 한켠을 못잊어 木馬가 된 그대의 詩人은
빗살로 내린 生의 그녘에 다가가
스스로 떨어지는 별을 헤는 淑女'에게
오늘 편지를 씁니다
아무도 없는 시선들과 그 공간에 투시된 눈동자는
그대의 어제를 닮아가는
나를 음미하면서도
나의 하루는 속절없는 이름이 되어
계절속으로 달려갑니다
수도 없는 파문이
별만큼 가득해버린 지금, 공간은 비어짐을 향하여
나타샤의 이름을 부르는 백석이 되어
흰눈처럼
푹푹
그리움을 채워갑니다
오려던 가을이 왔는데도
딴은 어찌할 수 없는 기억의 저편은
하늘 가에 있었고
가을이 가려는데도
님은 가을 그 자리를 떠나질 아니합니다
그 가상자리엔
그대란 이름의 침묵이 잠든" 사각 공간을 지나
11월을 向하여 물줄기로 내립니다
제 눈망울에 옹기종기 모인 언어는
손을 맞잡고 그대의 詩가 됩니다
사랑한다면 얻을 수 있다는 날의 하얀 이야기도
이제는 그대의 그대가 됩니다.
"함께 함으로 빛날 수 있다는
生의 어진 교훈도
"그대가 있었음"으로
사랑할 수 있는 우리는 서로의 추억이자
서로의 가슴이 되어 갑니다.
기도는 '별들로 익어가는 누런 이삭'만큼
애원이 됩니다.
숙명은 기다림보다도 더한
그대를 넘어서
초혼(招魂)의 한녘을 오가는 生의 길일텐데
그도
그대가 있었으므로 그릴 수 있는
한 사위일 뿐입니다.
나의 정성은 사연이 되어 편지가 됩니다.
그리고는 불현듯
박인환의 木馬와 나는
뚝뚝 떨어지는 별을 모아
소녀(少女)와 같이 음미합니다.
하루 스물 네 시간도 부족하여
스물 다섯 시간의 소곤거림 속에서
숨쉬는 것조차 닮아가는 내 淑女와 같이 합니다.
결이 고와
기억하고싶은 밤입니다.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 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올 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라고
"백석의 나타샤"가 "나의 나타샤"가 된 그대의
"흰 당나귀"를 생각하는 것이며
박인희 처럼 오늘은 더욱, 박인환의 목마와 숙녀를 암송하는데,
"...木馬는 하늘에 있고 방울 소리는 귓전에 철렁거리는데
가을 바람 소리는 내 쓰러진 술병 속에서 목메어 우는데" "詩人은 우는데"
................
사랑스러운, 사랑하는, 사랑도 추억이 되려는
아릿따운 서글픔이 교차하는 11월,
그래서 더욱 황홀한 離別들이 "쓸쓸함"으로써
제 몸과 세상을 데우는
늦을녁 동편에서 진리처럼 독백하면서
"追憶의 고독까지도 마냥 그리워하겠노라" 11월로 옵니다.
사랑은 더욱더 비워지면서도 채워지는 그대가 됩니다.
늦 가을을 가슴에 매달고 달려가기엔
11월이 작아지는 이 밤
떨어지는 가을을 담습니다. 그대의 그대
........
(백석과 박인환의 詩를 읽고 에서)
/ 목마와숙녀/박인환, 낭송/박인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