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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아버지의 겨울새 / 이민영

LEE MIN YOUNG 2014. 12. 28. 15:17

 

아버지의 겨울새 -이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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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위가 겨울이 되면

겨울새가 되어 재잘거린다
겨울새들 속에는 돌아가신 아버지새도 있다
웅크린 몸으로 초가지붕처마로 몰려든다
이미 헐려지고 없어진 옛집을 찾는 듯


날개 쭉지를 파르르 떤다
써래질로 여름을 심던

논배미를 돌다가 하늘로 솟구치더니
남의 논이 되고 신작로 길이 된

논수밭 근처에 앉는다
깃털하얀 아버지새가

종일 머물고 있다


아버지새 앞에

 

얼굴 드러내지 못한

부끄러운

아들 새가

문틈으로 외친다.


겨울아~ 춥지 말아다오.
겨울아~ 춥지 말아다오.




(호심 박광자 畵, 농촌의 겨울)


오늘처럼 날이 추우면 생각나는 분이 계십니다,

바람도 지나가다가 살짝 대숲에 숨어 옹알거립니다.

겨울눈이 길을 걷다가 벌거벗은 길을 보고는 자기의 온기를 다 주어버립니다.

그러면 그 겨울눈도 길 위로 누워 같이 얼어 버립니다. 그 얼어버린 시골 밭길을

아버지가 큰 발채에 두엄을 지고 갑니다. 겨울이면 어김없이 산 밭의 얼굴을 쓰다듬던

울 아버지의 겨울입니다.

그래서 아버지란 이름자에서는 저는 언제나 초라해지고 작아집니다.

그 옛날은 작고 초라해보이던 아버지의 등이
오늘은 따라 왜 그리 커 보인지 알 수가 없군요,
지금은 먼 고향, 그 고향 동토의 찬 바닥,

산 비탈에 혼자 누워계실 아버지를 생각합니다.
겨울은 언제나

12월이 오면

옵니다.
밭 고랑의 파란 보릿순이 살짝 고개를 내밀다 그만 땅 속으로 숨어버립니다,

옆에서 마른 풀잎이 허기진다고 합니다.
거품을 문 누렁소의 입에서 하얀 김이 모락모락 거리면
아버지는 쇠죽을 쑤어 누렁소 배를 채워줍니다.

어미 닭은 아기 병아리를 몰고 울타리 밑에서 햇살과 숨바꼭질을 합니다.

돼지막에서는 아기 돼지들이 꿀꿀거립니다,

때가 되면 식사 시간을 먼저 알려주는 친구들입니다.
삽살개 움막 사이로 마지막 햇살이 안녕이라고 하면

염소가 잘 다니던 울타리 길도 동네도 같이 손잡고 같이 어두워집니다.
호롱불이 점점히 밤 동네를 만듭니다.

불빛마다 가마니 짜는 소리로 밤의 심지를 키우면
그 아버지의 옆에는 그 어머니가 있습니다,

그 어머니는 넙적다리가 빨갛도록

모시를 삼습니다. 침을 묻히고 비비고 침을 묻히고 비비고, 모시를 삼습니다.
지금 같으면 절망 같을 희망이 그 희망이던, 그 초라한 희망도 언제나 즐거운 미소가 되던

아버지의 농촌입니다. 가족들이 함께한다는 것, 모두가 따뜻하자는 것,

먹는 것도 커다란 가치였던 이런 작은 소박함은 곧 희망이었던

바램입니다.

......고된 삶만큼 아버지의 삶은 슬퍼보입니다.
돌아가신지 어언 20년, 삶이란 무엇인지, 아버지 나이가 되어 머리 히끗히끗한 내가

그 적의 아버지가 되어 보니 초라해집니다.

작은 바램과 죽어가는 희망에 대해서도

나는 얼마나 만족하였는가하고 생각하면 자신이 부끄럽습니다.
아버지의 삶처럼 삶의 인생을 기대는 것에 대하여,

아버지의 삶처럼 순수의 밥 한 끼에 대하여,

아버지의 삶처럼 자식을 대하는 것에 대하여,

아버지처럼 숭고하고 거룩해 본 적이 있었는가 하고 생각합니다.
온전한 정신에 의한 온전한 기도를 지금 드릴 자격이 있는가 하고,

 

부끄럽습니다.
삼베의 헤진 옷에 드러난 당신의 등, 덕지덕지 두꺼워진 손 발,
밭 고랑만큼이나 굵은 고랑이 손금에 차 있고 검게 山만 했을 손이 그립습니다.
어느 희망과 어느 곳의 낙원에서 살려고 못난 자식들을 애지중지 하셨을까요?
종점은 분명히 자식이었을 것입니다, 그 낙원을 보여드리지 못했습니다.
왜 그렇게, 가르키시려고 고생만 하셨을 까.
제가 미워지는 것입니다. 살아 생전 효도드리지 못하고 저 세상으로 가시게 한,
제가 미워지는 것입니다.
아들인가...제가, 진정 아버지의 아들이었던가하고 수없이 지껄여봅니다.


이민영(李旻影)

..

아버지--박남철


1
아버지
아버지 아버지
아버지 아버지 아버지

아아

아버지 돈 좀 주세요 머라꼬
돈 좀 주 니 집에 와서 슨 돈이 벌쎄 얼맨 줄 아나
8마넌 돈이다 8마넌 돈 돈 좋아요
저도 78년도부텀은 자립하겠음다
자립 니 좋을 대로 이젠 우리도
힘없다 없다 머 팔께 있어야제
자립 78년부텀 흥 니 좋을 대로
근데 아버님 당장 만 원은
필요한데요 아버님 78년도부터

당장 자립하그라

2
뭐요 니기미이 머 어째 애비 보고
니기미라꼬 니기미이 말이
그렇다는 거지요 야아 이

자알 배왔다 논
팔아 올레서 돈 들에 시긴
공부가 게우 그 모양이냐 말이
그렇다는 거지요 예끼 이 천하에

소새끼 같은

아버지 천하에
소새끼 같은 아버지
고정하십시요 야아 이 놈아

아버지

3
어젯밤에도 또 아버지 꿈을 꾸었다 아버지는
찬물에 밥을 뚜욱뚝 말아 드시면서 시커멓고 야윈
잔기침을 쿨럭쿨럭 하시면서 마디마디 닳고 망가진
아버지도 젊었을 적에는 굉장한 난봉꾼이셨다는데

꿈속에 또 꿈을 꾸었는데 아 젊은 아버지와
양장을 한 어머니가 참 보기에 좋았다 젊은
어머니는 아버지에게 한창 애교를 떨고 있었고
아 참 보기에 좋았다 영화처럼 사이좋게

나는 전에 그런 광경을 결코 본 적이 없었다

 

*출처 지상의 인간, 문학과지성사, 1984

 

출처 : ♣ 이동활의 음악정원 ♣
글쓴이 : 행복한사랑이민영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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