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시사랑사람들 축령산 문학축제 대상수상작] 바다를 건지는 여자--진복순
[대구신문/시가있는 창 추천]
바다를 건지는 여자 --진복순
노란 우무가사리, 곰솥에 앉아
스르르 물을 먹는다
오랜 갈증으로 온몸 적신다
예전의 짠맛이 아닌 것 깨닫는 순간
혹여 파도를 만들면 그 맛이 날까
뽀글뽀글 한 소큼 끓어 본다
모래사장에 일렁이는 파도 거품에
발자국 남기듯
여자의 국자에 거품이 걷히고
몸속 진액 다 쏟아내고서야
뚝뚝 떨어지는 우무가사리,
네모난 우무로 경직된 채
도마 위에서 채썰기로 갈라지고
봉긋한 양푼에서 갖은 양념과 간장을 만난다
그제서야 간간한 맛에 젖어들고
지나버린 것들은 되돌릴 수 없는 몸이 된다
오물오물 우무무침을 먹는 여자
아버지의 바다를 보듯
아버지가 살고 가신 날보다
더 많이 살아버린 오늘,
그녀는 어릴적 아버지가 바라보았을 그 바다를 건져
그리움 삼키듯 먹고 싶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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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복순(1966~) 여주, 시인.시사랑사람들 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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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무가사리의 우무에서 발상된 詩心의 정돈이 바다로 간다.
바다로 가는 길이다, 기대와 정성의 손놀림에서 가슴이 부르르 떤다.
그 한 바다를 퍼올리는 어느 시심의 "父情에 대한 연상의 정돈"이 이 詩에 녹아 있으니
삶의 관찰이란 삶의 理性이란 이야기이고,
"理性의 곡선은 곧 감성의 정돈"이란 이야기가 살아가는 사람들의 지녀야 할
기본 철학이 아닌가
작고 가느다란 우무의 살아온 과정에서
가슴에 담긴 서정을 아버지의 생전과 같이 호흡한다, 父情처럼 이 이야기가 깊고 넓다,
이 메세지를 높히 사서
심사위원 전원 만장일치로
작품으로 선고/추천한다. (심사위원 李旻影)
시인의 詩作노트- 添附
축령산 문학축제 대표 심사위원 詩人 송수권
(審査委員 서지월/李旻影/김귀석/안정환/정문규)
<시해설.시창 추천기>
-바다에서 자생하는 우무가사리를 고아 먹기까지의 과정과 일찌기 세상 떠신 아버지를 생각하는 부성애가 눈물겹게 다가온다. 아버지 보다 '더 많이 살아버린' 시인 자신이 그러하듯, 바다의 우무가사리 즉 '지나버린 것들은 되돌릴 수 없는 몸'이며 세상 떠신 아버지 역시 돌아오지 못하시는 것이다.
우무가사리와 바다,그리고 아버지가 상호매개가 되어 한 편의 시를 무리없이 구성하고 있다. 특히, 바다 이미지를 이 시의 축으로 설정하고 있는 것이 높이 살만하다. 그리고 우무가시리를 만드는 과정을 실감나게 잘 표현하고 있는데 역시 바다 이미지와 잘 결부시키고 있는 것이 돋보인다. 말하자면 '파도를 만들면 그 맛이 날까', 또는 '모래사장에 일렁이는 파도 거품에 / 발자국 남기듯' 이런 비유가 실감을 자아내기에 충분했음을 밝힌다.
<한국시인협회 중앙상임위원 서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