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의 숲에서--이민영李旻影
1.
말의 둥지를 사랑하였던 님이여
기억하리 청명할 날의 발이 걸음 닫는 곳마다
아버지의 땅이 된
아버지의 이름을,
작은 곳에도 기억의 소자가 닿는 것이면
번개의 의식 아래 역사는 빛
역사 앞으로 생성될 이성理性의 얼굴을 세어 보리
저물도록 거닐고도 이르지 못한다면
달빛 어스름한 세월의 저녁도 맞으리
사랑하는 이여
2.
수풀마다 山이 山을 안고
가지마다 새가 나무를 안고 있다
겨울 차가웠던 물 울음이 모여들고
진리 앞에 겸손해진 아들의 어머니-봄이 모여들고
山이 이루어 낸 빛깔마다 계곡이 울면
동산으로 날아간 새의 노래가
세상의 들이 될 때
아픈 겨울 하나가 봄의 귓전에서 맴을 돈다
봄인데도 여름이듯이 옷을 벗고
여인이 된 입술과 입술의 포옹은
탐욕의 절망이 주는 허기진 조반
목이 쉰 가지들은 시잇소리로 바람과 어울려야하고
적셔내지 못한 비의 노래가
들의 마당을 채운다
3.
홀로 애태우는 아버지 말씀이
길손으로 머물어
맨발로 걷던 오솔길에서
그의 발자욱을 따라 말씀의 사연을 암각할 때
두고 온 삶은 밭고랑 쑥대의 기억으로도 생경의 시초가 된다
혀는 핥고
얼굴은 부비며
빛은 빛을 두고 사라진다
어여쁜 흐느낌으로
들녘에 새겨진다
아는가, 이파리는 꽃을 피우고 뿌리는 엉키면서
스스로 이루었었다고
숲쟁이의 길을 거니는-땅의 목소리가 된 이정표 앞
갈바람을 일어서 내려 쓴 일기장은
아버지 숨소리로 채워지고 있었다는 것을
혼음한 잡목이 가지마다 뻗어가는 이상을 안아
스스로 부대끼며 더워질 때
채워놓은 땀으로 山野의 이별을 설득하는 것
잡초같은 삶인 통속에게 통속으로부터 떠난 것을 후회하였던
한때의 풍경이 되돌아와
희망을 깨우는 것
피사체의 인생이 복사되어
미래가 된 아부지의 아부지와
그 엄니의 엄니가 준 진리-그 진리의 방울을 울리는 것은
눈물의 어둠을 이겨 온 삶의 안개인 것
사랑하는 이에게 숲 속의 아침은
살아가면서 깨달아가는
뿌리의 이야기로 남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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