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경남일보신춘문예 본심 당선작]
회귀/ 김시온(시사랑사람들). 작품보기와 심사평 보기입니다.
本審에 오르게 되어
축하드립니다,
詩가 탄탄하니 아마 곧 당선되실 것입니다,
님은 시사랑사람들 기대주 이십니다..
시몰이-주제를 끝까지 밀어주는 끈기,
언어밀도의 수축과 통합/주조를 이루는 이미지 범위론 훈련 等을 숙련시켜,
꼭, 신춘문예를 通하여
시단에 나서기를 바랍니다.
축하드립니다.
李旻影
회귀/김시온
축 늘어진 입에서 허연 거품이 새어나왔다
누렇게 바랜 맨드라미 무리가 조금 흔들렸을 뿐 바람이 부드럽다
졸고 있던 햇살들은 허기를 채우려 뭉텅한 주검 곁으로 몰려든다
몇 년 째 버려진 타이어 두 짝만이 그를 둥글게 경계(境界)했다
떼려 잡아야 한다며 단단한 결의를 보이던 사람들은 한 풀 시들하다
지난여름, 팽팽하던 생의 줄이 실수인 양 풀린 뒤, 그는
사람들로부터 쫓기어 산으로 달아났었다
한 계절을 유서(由緖)하고 가을이 되어서야 마을을 내려온 그는
연어의 회귀처럼 마지막 산란을 꿈꾸었는지 모른다
그동안 그의 머리를 쓸어 넘기던 늙은 손길들은
마을 구석진 곳마다 농약과 제초제를 뿌려놓았다
커다란 검은 몸을 바람이 스치자 쓰러져 있던 털들, 울음의 물결이다
꼬리가 통증을 삼키며 힘겹게 들썩였다
축축한 눈가는 회상으로 가냘프게 떨렸다
웅성 이는 사람들 사이, 십 년째 그를 돌보던 노인, 깜깜히 더듬을 때
초첨 잃은 두 눈동자, 허공 속에 점 하나를 새겨 넣는다
노인이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흘리며 돌아서자
그때까지 눈을 감지 못하던 그는, 고요히 눈꺼풀을 내린다
*김시온
2007 지리산 문학제 시부문 일반부 장원
2007 미당문학제 예심 選 .시사랑사람들 문예대학 習作詩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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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경남일보 신춘문예 심사평
신춘문예 응모작들이 대개 의미없는 심각함, 과잉의 포즈, 근거없는 무의식 등으로 드러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금년에는 그런 현상들이 후경으로 물러난 것을 볼 수 있었다.
이번 시부문 응모작들 가운데서 두 선자는
이종섭씨의 ‘꽃의 무게’ 김시온씨의 ‘회귀’오자영씨의 ‘여자의 풍선’을 최종심에 올렸다.
‘꽃의 무게’는 꽃의 낙화에 관한 시로서 감각이 있어 보였다. 가지와 꽃, 바람 사이의 관계에 관한 시인데 언어의 절제가 눈에 띄었다. 그러면서도 "바람을 휘갈겨 쓴/가지들의 초서체" "누워 있는 꽃들에게 읽어 주는 꽃을 위한 조사" 등의 구절에서 낱말 선택의 재치와 감각이 드러나 보였다.
김시온씨의 ‘회귀’는 '그'와 '마을 사람들'과의 관계를 보여주는 시인데
언어와 이미지와 '잡히지 않는 어떤 것'과의 연결에서
에너지가 일어나는 것처럼
보였다.
오자영씨의 ‘여자의 풍선’은 여자의 욕망과 그 소멸에 대한 작품으로 눈에 띄었다. 결국 인간의 존재 문제인데 그것은 슬프게도 사멸을 전제로 한 존재이다. 욕망(바람)은 번번히 짧은 절정에서 끝나는 것이지만 그러나 그것은 바람이므로 쉬지 않고 불어오는 속성이 있다는 것이다. 허무이면서도 허무를 느끼지 못하는 인간 부조리를 드러내 보인 점이 인상적이었다.
우리 두 선자는 세 편 중에서 ‘여자의 풍선’을 당선작으로 삼는 데 시간을 길게 쓰지 않았다.
‘꽃의 무게 ’‘회귀’를 쓴 두 분은 더 분발해 주기를 바란다.
강희근(시인 경상대 교수) 이상옥(시인 창신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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