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멎는 바람 소리에도 자고 간다-이민영李旻影

LEE MIN YOUNG 2008. 2. 10. 02:59

                                 
                                    멎는 바람 소리에도 자고 간다-이민영李旻影 늦은 오후이다 타자를 두들기며 하루의 서산을 본다 뭔가 캥겨져오는 나이도 아닌데 나이가 생각이 나고 밤이 아닌데도 밤이 생각이 나고 추억은 이미 지나간 것 인데도 추억이 오기도 하고 비가 오지 아니 하는데 비가 온다 소리가 들려오고 바람이 불고 낮이 울고 저 편 민들레 홀씨까지도 뭔가를 찾아 먼 길을 떠나간 것처럼 창가의 낯은 그들의 옷처럼 부시시한데 저 편 애들의 웃음소리가 교정의 窓과 맞물려 이내 봄같은 겨울 연가가 되기도 하는데 뒤돌아 보니 아무도 없다 가는 바람 소리만이 내 가슴을 휑하니 뚫고 이른 저녁의 그림자 위엔 나와 바람 둘이만 남는다.. 괜히 달아오르는 볼 자욱 두근거리는 가슴과 가슴이 내린 자락 그대가 그대처럼 모든 이들이 연인이 되어간다 어쩌면 저 하늘나라 밖 또 하나의 나라로 있는 상상의 나래가 있을것이고 추억의 언덕을 돌 것이고 理性은 팔꿈치가 저려 오는 각골의 웃음 속에 남아 가고 저문 하루는 그대 몸 가에서 헤어나질 못한다 세월이 가는 것을 이다지도 아쉬워해본적 없다 흔들리는 오후를 지켜야 하는 바람은, 멎어, 움질일 수 없을 때 까지 올 때 까지
                                    때도 먼지도 시름시름 앓던 사랑도 털어내며
                                    바람만 가득한 바람에 자고 간다 李旻影詩人 단상목록[20050520]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