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시]
고 박건호시인 영전에-서 지 월
아, 하늘이 오늘따라 손 내밀어 거울같이 씻은 듯 깨끗한 날,피곤한 육신 마음 모두 거두어 돌아간
저 나무잎새도 풀도 꽃도 없는 땅 그곳이 영혼의 고향이란 말인가요
잘 가시옵소서영원히, 평안히 잠드시옵소서
춘향이도 황진이도 먼저 가 그네 뛰고 거문도 뜯고 있을병도 아픔도 없는 영원한 나라거기 가서 먼저 빙긋웃고 계시구려!
장례식장의 추도詩
고 박건호 시인을 기억하며 /12월의 슬픔-최장희
치악산 자락 새털눈이 녹기도 전에
눈물로 이별해야할 사람이 있습니다 만리포 밤하늘을 수 놓았던 모닥불이 다 타기도 전에 슬픔으로 이별해야할 사람이 있습니다 토우 박건호우리는 그분을 사랑합니다 우리는 그분을 흠모합니다
한국의 대중가요에 큰 족적을 남겼고 詩人으로 정열을 불살랐던 불멸의 천재입니다
그런데 그분이 우리곁을 떠나려고 합니다
한 두어시간 떨어지는 것도 아니고한 삼년 떨어지는 것도 아닌 우리곁에서 영원히 영원히 떠나려고 합니다 안됩니다 안돼요 정말로 안됩니다 허락할 수 없습니다 아! 이것은 꿈일 것입니다 악몽일 것입니다 우리는 철새가 아니잖습니까 우리는 스쳐가는 인연이 아니잖습니까 얼르고 달래고 무릎으로 빌어도 평생의 살아온 그 고집이
평생을 지탱해 온 그 성품이 마음 돌아서지 않고저 영원한 또다른 세계로 떠나려고 합니다 아! 슬프도다 애절토다 통절토다 어찌하여 사랑하는 아내를 두고 저 세계를 탐미한단 말입니까 어찌하여 사랑스런 두 아들을 남겨놓고 저 세계의 예술을 찬미한단 말입니까 참으로12월은 슬픕니다 참으로 12월은 춥기만 합니다 박건호 시인이시여 잘가십시요 이왕 새 예술 세계로 가시는 길 평안히 가십시요
진다고 하여--이민영
(박건호 선생님 영전에)
삶이 진다고하면 나이들면 가시어 쉬는 곳인 줄 알았는데
나이도 아닌데 가는 곳이 있었으니
길이란 그저 누구든지 걸어 가면 길인 줄 아시었네
엊그제 비슬산에서 청량함이 소년인데
선생님의 앞에는 송선생님이 있고 서선생님이 있었는데
세상의 사람들은 모두 사랑이 아니시든가
맑은 소년의 눈은 햇살이었는데
오늘 그 소년은 보이지 않고 빗줄기 풀풀 날린 하늘만 보이시네
봄도 아닌 겨울날 이 겨울날에 봄을 지피려시는지
시작도 아닌 12월에 새해를 지피시려는지
주검의 신성이 뇌리의 왼쪽에서 게으름을
두둘겨 패는 이슬의 통촉이여
가시거든 내내 행복하거나 하시어
이 겨울이 봄 같고
이 해가 새해이도다 하시어
남기신 것들이 봄 이도다 하시네
선생님이시여
(선생님 영전에 李旻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