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E MIN YOUNG,추천시와 추천 문학

겨울 바이칼 호수--김필영

LEE MIN YOUNG 2008. 5. 31. 18:37
     

    바이칼 호수를 다시 기억 속에 떠올리며

    겨울 바이칼 호수--詩.김필영

    애써 애비가 뚫어 놓은 얼음 구멍 속에는 물풀 사이로 물고기를 나열한 한 폭의 수채화 같은 바이칼 호수가 걸려 있다 소년은 예전부터 내려 오는 부리야트 민족의 전설을 꿰어 물풀을 헤치고 언 손을 비비며 낚싯줄을 내린다 뭍으로 끌려 나온 바이칼 호수는 영하 45도의 하중에 역사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출렁이는 물고기로 얼어 버린다 소년이 둘러 멘 자루 속에는 망해 버린 소련의 현실에 아랑곳 없이 장작 같은 오물들이 속절없이 퍼덕인다 앞날이 걱정스러운 애비의 한숨에 소년이 남기고 가는 발자국 위로 우울하게 떨어지는 빛 바랜 소련의 비늘들

     

    우측에서 세번째가 김필영 박사(맨우측 이용복 박사, 네번째 편자 이민영, 맨 좌측 00 기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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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수만시인님과...) 김필영, 1950년대 초에 태어나 경상북도 북부 지방에서 살았다. 파리 대학교에서 경영학과 중국학을 공부한 뒤 같은 대학에서 한국학 석사, 박사과정,파리 국립대학교 (Ecole national des langues orientales)에서

    프랑스에서 최초로 한국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학위논문제목은 "정지용의 시적 미학,동방의 전통과 서방 현대성의 시적 조화 (Esthetique poetique de Chong Chi-yong: harmonie poetique de la tradition orientale et du modernisme occidental"다.

    현재, 파리 국립동방어문대학교(Inalco)한국문학교수/강남대 초빙교수 --국립동방어문대학교는 루이 14세 때 설립된 교육기관으로 현재 91개의 외국어 교육과 외국학 연구를 하고 있는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오래된 전문 고등교육기관이다.

     

     

    시의 후기 (글.김필영) 중앙 아시아 한국 학회(Central Asian Association of Korean Studies)의 회장 노릇을 할 때 카작스탄(카작어 표기) 알마틔에 있는 국립 카작 대학교에서 국제 한국학 학술토론회를 개최한 적이 있습니다. 그 때, 친구들인 여익구, 유인태, 김학민, 이용복, 문학진이 저를 도우기 위해 학술토론회에 참가하였지요. 학술 토론회 후에 저는 친구들과 함께 긴 열차 여행을 하였습니다. 며칠 동안을 기차 안에서 보내야 하는 긴 여정이었습니다. 컵라면과 김치로 끼니를 때우며 시시로 보드카를 마셔가며 여러가지 진귀한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카작스탄 국경을 넘어 륩좁스크라는 러시아 땅에 들어서니 여권검사를 하느라 오랫동안 열차가 머물렀습니다. 열차밖으로 러시아 아주머니들이 먹을 것을 들고 다니며 팔고 있었습니다. 제가 어릴 적에 밤열차를 타고 서울에 갈 적이면 제천이나 원주역에서 아주머니들이 먹을 것을 팔고 다니던 광경이 생각났습니다. 그 가운데 바다 가재를 꾸러미로 만들어 파는 여인이 있길래 얼마냐고 물었더니 3달러라고 하여 한 꾸러미를 샀지요. 알이 밴 바다 가재는 맛이 일품이었으며 소금기가 있어 술안주로는 더할나위가 없었습니다. 노보시비르스크에 도착하여 한 나절을 보낸 뒤 모스크바에서 평양까지 운행하는 '오리엔트'라는 열차를 갈아 타게 되었습니다. 열차에는 객차마다 한 구석에 24시간동안 끓는 물이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컵 라면을 먹기에는 아주 안성마춤 이었지요. 달빛이 비치는 창문으로 내다 보이는 바깥 풍경은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닥터 지바고'에서 보았던 그런 광경이었습니다. 눈에 쌓인 끊임 없는 벌판 위로 펼쳐지는 자작나무 숲은 너무나 매혹적이었습니다. 그 때부터 한 이틀을 가니 이르쿠츠크라는 도시에 도착하게 되었습니다. 바이칼 호수 가까이에 있는 부리아트족의 자치주가 있는 도시지요. 이른 아침에 추위에 떨며 승합차를 빌려 바이칼 호수로 갔으나 조그마한 여관은 만원이었습니다. 여관 집에서 알려 준대로 마을로 들어가 어느 집의 문을 두드려 사나흘 재워달라고 애걸을 하여 겨우 잠자리를 마련하게 되었습니다. 때 늦은 철이라 우리를 제외하고는 관광객은 거의 없었습니다. 바이칼 호수에는 '오물'과 '하리우스'라는 두 가지의 물고기가 나더군요. 호수가에 있는 동네 시장에 나가니 낚시로 잡은 오물과 하리우스를 톱밥으로 불을 피워 훈제하며 익히고 있었습니다. 담백한 맛이 정말 좋았습니다.
    --(김필영 자서 2003년, 시사랑사람들 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