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들의 추천시-900]
바람 부는 날--김명순
바람 부는 날 산에 오르면
숲 속에 두 팔 벌려 나도 나무가 되어 본다
나무가 되어 하늘을 쳐다보면
높은 나무들은 긴 장대비가 되어
하늘을 쓸고 있다
어린 시절 아버지가
긴 장대 빗자루로 마당을 쓸듯이
나무들이 이리 휘청 저리 휘청
바람에 부러질 듯 휘어지며
구름을 쓸어내고 해를 쓸어내고 있다
해를 쓸어 낼 때면 햇빛 가루가 날린다
오색 빛 햇빛가루 숲 속 가득 날리면
눈을 뜰 수 없는 눈부심 속에
친정아버지의
환하게 미소진 얼굴이 보인다
어릴 때 돌아가신 보고 싶은 아버지
어른이 된 지금 그때 받기만 한 사랑이
죄송스럽고 갚을 길 없는
안타까운 마음에
숲 속에서 홀로 울먹여져
"아버지" 소리 내면 내 목소리
나뭇잎 흔들리는 소리와 함께 바람이
낚아채 달아나 버린다
*출처 스토리문학/김명순시인은 아호가 소소이다. 원주에 살며
스토리문학 시부분신인상을 통하여 등단하였다. 이동활의 음악정원 회원. 닉은 미소.
시사랑사람들 시인이다.
저 먼 곳의 산마루, 산을 지고 바람의 귀에 손을 대보라
바람이 이는 곳에는 상념이 분분하듯 무언가 날린다.
들려주는 것들은 어린 날부터 오늘까지의 일을 속삭이는데
곁을 떠나지않는 꿈같은 따스함이 있었으니
아버지의 음성이다, 아버지 나이가 되면 찾아오다가
그 아버지 나이가 되서야 그리워지는 품 그림자,
그것들이 흔들린다, 다가오다가 멈추어지다가
다시 들려주는 것은, 언제나 곁을 떠날 수 없어하는 아버님의 사랑이 아니던가.
오늘도 아버지의 발자욱은 내 곁을 떠나질 않는다.
떠나질 않는다.
...李旻影(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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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영 (시사랑사람들 대표/서울문예대학지도교수), 김명순시인-대구 2008.05.24 음악회 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