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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청준에게-시인 김광규 한양대 교수가 고인의 영전에 바칠 조시 전문

LEE MIN YOUNG 2008. 8. 7. 00:17
故 이청준 작가 영결식…비와 함께 '눈물바다'

'당신들의 천국'의 소설가 이청준 씨의 영결식이
2일 오전 서울 일원동 삼성서울병원에서 열린다.

다음은 서울대 문리대 재학시절 고인과 함께 문학모임을 가졌던
시인 김광규 한양대 교수가 고인의 영전에 바칠 조시 전문.

 

 
"편안히 눈감은
자네 앞에서 통곡하는 대신
시를 읽게 될 줄은 몰랐네
어릴 때 굶주림에 시달리고 
전짓불의 공포에 떨며 자란 우리는
그래도 온갖 부끄러움 감추지 않고 
한글로 글을 써낸 친구들 아닌가
문리대 앞 허름한 이층 다방 
차 한 잔 시켜놓고
온종일 묵새기며
시를 쓰고 소설을 읽었지 
겨울날 연탄난로 가에서
자네가 읽어주던
 '퇴원'의 초고에 
귀 기울였던 청년들이 오늘은
늙은 조객으로 모였네
자네의 잔잔한 말소리와
조숙한 의젓함
얼마나 오랜 세월 안으로 안으로
아픔을 삼키고 다져야
그렇게 정겨운 웃음이 배어나오는지
그때는 미처 헤아리지 못했네 
사랑이 부르는 소리 듣기도 전에
글쓰기를 시작해 한 편 두 편 
세 권 네 권 마침내 사십여 년간
묵직한 책으로 울창한 숲을 만들었네
오직 언어의 힘으로
글 읽는 영혼마다 깊숙이 깃들었고 
멀리 독일과 미국과 프랑스에도
한국 문학의 묘목을 옮겨 심었지
바트 호네프 성당 문밖 어둠 속에서
줄담배 피우며
어머니의 마지막 길 근심하던 자네
포도주를 홀짝홀짝 마시며 밤새도록 
조곤조곤 들려주던 이야기
얽히고설킨 말의 실타래 풀어나간
글쟁이의 눈과 입을 우리는
기억하네
서울 한구석 낡은 집 오래된 벽돌담
퇴락한 기와지붕 내가 고치는 동안
자네는 세상을 담은 큰집을 지었군 
원고지를 한 칸씩 메워 자네의 필적으로
집과 언덕과 산과 강을 만들었군 
눈길 걸어 떠난 고향으로
 매미 울어대는 숲 속으로 자네는
이제 돌아가는가
회진면 진목리 갯나들
산비탈에 지은 새집으로 
학처럼 가볍게 
날아드는가
아쉽게 남기고 간 자네의 앞날
우리에게 남겨진 오늘로 살아가면서
후손들과 더불어 끊임없이
자네 이야기 
나눌 것이네"

(서울=연합뉴스)
 

 

[스포츠서울닷컴 | 나지연기자]

 

 "하늘도 울고 나도 울었다"
지난달 31일 고인이 된 소설가 이청준씨의 영결식이 2일 오전 서울 일원동에 위치한 서울삼성병원에서 치뤄졌다.

영결식이 열린 오전에는 비가 내리면서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더욱 애틋하게 했다. 이에 고인의 유가족을 비롯한 문상객 200여명도 비와 함께 울고 또 울었다.

이날 영결식은 고인의 영정사진이 식장에 들어오면서 시작됐다. 이어 고인의 일대기를 담은 영상이 상영됐고 김병익 장례위원장이 영결사를 천천히 읽어 내려갔다. 이때 유가족과 문상객 사이에서 작은 흐느낌이 있었다.

뒤이어 문학평론가 정과리 교수가 고인의 약력을 낭독했고

민득영 한양대 명예교수가 조사를 읽었다. 민교수가 목이 메이는 듯 흐느끼며

조사를 낭독하자 이내 식장은 눈물바다가 됐다.

이후 유가족들의 인사와 헌화에 이어 배우 오정해의 만가 속에 고인의 관이 운구되기 시작했다.

오정해는 운구되는 관을 보자 그동안 참았던 많은 눈물을 쏟아내 보는 이를 안타깝게 만들었다.

고인의 영결식에는 영화계 인사인 임권택, 이창독 감독과 정일성 촬영감독, 정중모 열림원 대표, 양숙진 현대문학 주간, 정민 한양대 교수 등 많은 지인이 함께해 마지막 가는 길을 외롭지 않게 했다.

 

운구된 관은 전남 장흥군 회진면 진목리 마을회관 앞에서 지역 문인과

예술인들에 둘러싸여 마지막 의식을 치른 후 고인의 노모가 묻혀있는 고향땅 영면에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