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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 밖 공간
우당 김 지 향
휙 휙 시간이 달아난다 어디로 가는 거지
궁금한 나는 시간의 손을 끌어 잡는다
잽싸게 뿌리치고 달아나는 비밀 같은 시간
나는 온 힘을 모아 시간의 꽁지를 끌어당긴다
시간은 공간 밖 공간의 레일 위로 훌쩍 몸을 빼 돌린다
나도 잽싸게 마우스를 잡고 공간 밖 공간의 나라로
함께 동댕이쳐 진다
이미 이사 온 사람들로 배불뚝이 된 공간 밖 세상
초만원의 공간마다 금이 찍 찌익 나 있다
누가 만들어 공간 밖 공간의 개찰구로
사람들을 밀어 넣었는지
한꺼번에 밧줄 같은 길들이 살아나 얽히고
한꺼번에 박음질이 잘 된 방들이 환하게 불을 켜
어린 복제인간들의 눈을 밝혀주고
한꺼번에 닮은꼴의 아이들이 지상엔 없는 속력을 만들어
까불까불 콩새 꼬리 같은 서버를 타고 둥둥 떠다니고
한꺼번에 구문이 안 맞는 낯선 말들을 만들어
사방천지 아무데나 낭자하게 팡 팡 쏟아놓는다
남은 지상 사람들아,
공간 밖 공간을 쳐다봐라
새로 돋은 새 풀처럼 톡 톡 머리들이 튀어나와 있지!
겉옷을 벗어둔 지상은 이미 눈동자 빠진 허공일 뿐
내일이면 없어질 구멍 뚫린 항아리일 뿐
그래도 남은 사람들은 수명 다한 낡은 잡기장 같은
지상을 사랑한다 죽도록 사랑하며 떠나간 사람들을 기다린다
또 다시 생기발랄한 세상으로 다시 태어나기를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
* 2008년 詞華集 <살아가는 이야기만큼 그 사랑만큼....>에 수록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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