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덧상

겨울꽃 / 이민영

LEE MIN YOUNG 2009. 2. 15. 20:26

     

     

    겨울꽃


    겨울은

    추운 것들이 모여
    내년 이맘때 쯤이면
    따듯해지기위한 기다림이다,

    목동에서 신정동 돌아 가는 길, 가로수들이 칭얼대는 밤,

    별들은 가지에 앉지못하고 눈먼 바람의 칼날에 쓰러진다.

    싸락싸락 엄니의 말이 유년의 내력을 흩뿌리면

    가슴엔 깃발이 펄럭거렸다,

    천원짜리, 24시슈퍼마켓은 언제나 문이 열려있었다,

    남자와 여자들, 사람들의 새벽이 가게에 들어선다, 밤 새워 일하고도 밤을 보지못한다는 신기한 새벽이 들어서는 것이다, 줄지어 컵라면에 희망을 말아 주린 배를 채워가면 가난한 입술에선 열정처럼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울고있다, 새벽의 가슴이 겨울처럼 울고 있는 것이다, 지마라, 겨울에는 사람이니깐 운다.

     

    겨울에는,

    모든 생명들은 숨죽이며 아파하는 부끄러운 꽃이다.
    시러운 겨울에는
    사람이니까 운다.

     

    ....이민영


     

     

                        *그림과 음악은

        이동활의 음악정원- 유정연 님의 기형도 시에서 차용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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