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E MIN YOUNG,추천시와 추천 문학

성동민 희곡작가-"끊임없는 탐구로 쌓은 위대한 城" /스토리문학(김순진)

LEE MIN YOUNG 2009. 11. 9. 19:51

성동민 희곡작가-"끊임없는 탐구로 쌓은 위대한 城"

지난 8월 11일 동아일보와 중앙일보에는 현직 경찰간부가 ‘戰時小說 연구’로 문학박사 학위를 받는다는 기사가 보도되었다.

평소 문화면을 세밀히 읽는 습관이 있다는 최현근 회장은 이 기사를 접하고 필자에게 바로 전화를 걸어왔다. 이런 사람을 우리 월간 스토리문학에 메인스토리로 다루는 것은 학문을 하는 일반작가와 독자들에게 귀감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내용이었다.

그래서 인적사항을 체크하기 위해 인터넷을 검색하니 주인공은 바로 현직 경찰간부로 현재 서울경찰청 제4지구대장을 맡고 있는 성동민 총경이었다. 그러나 경찰이 문학박사를 받았다는 사실도 매력을 끌기에 충분하였지만 비단 그것만이 월간 스토리문학에 메인을 오를 정도는 아니었다. 성동민 문학박사는 이미 1980년에 시대문학 희곡부문에 신인상을 받은 것을 비롯하여 1987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나리오 부문에 당선되기도 하였을 뿐만 아니라 1982년부터 3년여 방송된 KBS-TV 드라마 「전우」를 집필하기도 하였던 것이다.

 

 

날씨가 화창한 어느 가을날 최현근 회장과 필자는 전철과 버스를 갈아타고 타고 양천구 신월동에 도착하였다.

경찰청 제4기동대에 도착하니 문학과는 무관하리만치 정문에는 전경들이 지키고 있었다. 평소 경찰 앞에서는 지은 죄가 없어도 가슴이 쪼그라드는 느낌인 필자와 최 회장은 전경의 안내를 받으며 기동대 연병장을 지나쳐 들어갔다. 연병장 가 화단에는 에는 이름 모를 작은 가을꽃들이 소담스레 피어있었고 은행나무에는 은행 알이 노랗게 영글어가고 있었다.

안내를 받아 지구대장 실에 들어서니 성동민 작가가 제복을 갖추어 입고 우리를 반가이 맞아주었다. 첫 인상은 눈매가 서글서글하면서도 기가 살아있는 그런 모습이었다. 우리는 우선 그의 단정한 용모와 다부진 체구에 우선 반하였다.

작가는 미리 우리가 방문할 것을 대비하여 박사학위 논문과 KBS-TV 특집드라마로 방송 된 바 있는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 작품집 「떠도는 영혼」에 우리의 이름을 넣어 사인까지 해 놓는 준비의 철저함을 보여주었다.

경찰간부야 운동을 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쯤은 알고 있는 나는 무슨 운동을 즐겨하느냐는 질문을 하자 성동민 작가는 ‘운동’이란 말이 나오자 반색을 하며 무슨 운동이건 다 좋아한다며 운동마니아의 자신을 자랑하였다. 즐겨하는 운동은 스카이다이빙, 헹글라이더, 승마, 골프 등을 즐기며 특히 테니스는 30년을 넘게 치고 있다고 자랑한다.

전남 여천이 고향인 성동민 작가의 가족으로는 어머니와 아내, 그리고 딸 둘을 두고 있는데 그의 본관은 창녕으로 성씨는 본이 하나다. 고려 때의 호장(戶長) 성인보(成仁輔)를 시조로 하는데, 인보의 손자 공필(公弼)과 한필(漢弼) 형제에서 각각 노상파(路上派)와 노하파(路下派)로 갈리는데, 노상파가 번창하여 역사상 많은 인물을 배출하였다. 조선시대에 134명의 문과 급제자, 상신 5명, 대제학 2명, 청백리 5명을 냈으며, 이 밖에도 많은 석학과 충신을 배출하여 영남의 명문으로 손꼽혔다.

성씨의 인물 중 영의정 희안(希顔) 이외에는 거의가 '삼곡(三谷)집'으로 부르는 노상파의 석린(石璘)·석용(石瑢)·석연(石) 3형제의 자손들이다. 이 3형제는 다같이 고려 말에서 조선 초에 이름을 떨친 명신들로서 고려 말 민부상서(民部尙書)를 지낸 여완(汝完)의 아들이다. 석린은 고려 말 예문관 대제학을 지내고 조선 태종 때 영의정을 역임하였으며, 석용도 고려 말에 제학을 지내고 조선시대에는 예문관 대제학을 역임하였다.

석연은 조선 초에 예조판서·예문관 대제학을 지냈다. 특히 석용의 후손에서는 삼문(三問:死六臣)과 담수(聃壽:生六臣) 등의 충신이 나왔고, 석연의 후손에서는 현(俔)·혼(渾) 등의 이름난 학자가 나왔다. 삼문은 세종 때 집현전 학사 출신으로 세조 초에 단종의 복위를 꾀하다가 죽은 사육신의 한 사람으로, 3대가 모두 죽음을 당하여 그의 일문은 절손되고 말았다. 생육신의 한 사람인 담수는 삼문과는 재종(再從)간이며, 청백리 하종(夏宗)은 삼문의 종(從) 5대손이다.

석연의 손자 봉조(奉祖)는 성종 때 우의정을 지냈고, 연산군 때 영의정을 지낸 준(俊)과 대제학 현은 봉조의 조카로서 4촌간인데, 준은 갑자사화(甲子士禍) 때 두 아들과 함께 죽음을 당하였다. 현은 한문학의 대가로, 뒤에 청백리에 올랐다. 현의 아들 세창(世昌)은 중종 때 5조(五曹)의 판서를 두루 역임하고 인조 때에는 대제학을 지냈는데 서(書)·화(畵)·음률(音律)의 삼절(三絶)이라 일컬어졌다. 혼은 석연의 6대손으로 선조 때의 거유(巨儒)로서 문묘에 배향되었다. 이 밖에도 임진왜란 때 진주성 싸움에서 순사한 진주판관 수경(守慶), 한말에 농상공부대신을 지낸 기운(岐運) 등이 유명하다.

중 3 때, 진주 개천예술제 산문분야에서 장원을 차지하여 촉망받는 작가의 가능성을 키우기 시작한 성동민 작가는 순천고등학교 시절에는 중앙대학교에서 주최하는 고교백일장 산문부문에서 입상을 한 경험이 있으며 당시 고등학교 국어 선생인 황길연 국어선생님의 지도하에 교지 발간에도 주도적으로 참여하였다. 그랬기에 그의 진로는 문학으로 갈 수밖에 없는 듯하였다. 그는 자신의 진로를 국문학과 지원하는데 주저함이 없었다. 연세대학교 국문학과를 입학하였던 것만 보아도 작가가 얼마나 문학을 사랑하고 동경하였으며 진로로 택하려 하였나를 알 수 있다.

그러나 그의 길은 뜻과 무관하게도 군인의 신분으로 돌아갔다. 사람이 살다보면 하고 싶은 일만 하며 살 수는 없는 일 아닌가? 군 장교로 입대하여 정보장교로서 군 내부에서 촉망을 받았던 그는 늘 자신의 전공을 살리려 늘 노력하였다. 그러기에 그는 군인의 신분으로 「전우」란 인기드라마를 3년이나 집필할 수 있었던 것이다.

지난 1982년부터 3년 동안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KBS-TV 주간드라마  「전우」를 집필하면서 1982년부터 1985년 말까지 국문학석사 학위를 받기위해 동국대학교에서 홍기삼 지도교수로부터 공부를 하고 있었는데 당시 ‘한국전쟁 시나리오의 주제양상 고찰’이란 논문을 쓰면서 전쟁문학과 맥을 같이 한 심도있는 연구를 통해 향후 통일문학사를 기술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단서를 제공하기도 하였으며 그 때 공부하고 모은 자료들이 이번 박사학위를 받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말한다.

1887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의 시나리오 부문에 당선된 작품 「떠도는 혼」은 남북한 이데올르기에 관한 내용으로 당시의 시대적 상황에서 너무 앞서간다는 이유로 당선작에서 제외될 뻔, 하였다는 뒷이야기도 있다. 이후 이 작품은 현재 국립극장장으로 있는 김명곤 배우가 주연하고 심연우 씨가 감독을 맡은 드라마로도 방영된 바 있다.

1991년도 말 육군 중령으로 근무하고 있을 때,  심리전문가가 필요한 경찰청의 요청으로 군복에서 경찰복으로 갈아입게 되었다.

그 후, 성동민 작가는 경찰청 공보계장으로 근무하면서 1993년 인기리에 방송되었던 KBS-TV 「사건 25시」, MBC-TV 「경찰청 사람들」프로를 기획 제작에 참여하기도 하였다.

특히 이번에 문학박사 학위를 받게 된  논문 「남북한 전시소설 연구」는 홍신선 교수의 지도로 연구되었는데 남한 소설 「암야」,「간호장교」,「패배자」, 「사선기」등 4개와 북한 소설 「구대원과 신대원」, 「불타는 섬」,「조가령 삭도」, 「악마」등 4개, 모두 여덟 개의 소설을 유형과 스토리를 중심으로 한 ‘남북한 전시소설의 문학사적 의의’를 조명하였다.

이 논문은 한국 전쟁기의 남북한 문학이 가진 문제적 성격과 가치를 재 조명하고, 남북한 전시소설을 동일한 층 위에서 유형화하여 해방 이후 전개된 좌우이념의 대립이 어떤 수렴과정을 거쳐 서로 적대성을 표방하고 있는지, 남북한에 분열된 공동체적 감정이 얼마나 이질적인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지에 대해 이 시기 남북한 소설문학의 스토리 유형비교 분석을 통해 그 실상을 밝히고 잇다,

그동안 한국전쟁문학에 관한 연구는 실증적인 검토가 부족했던 탓으로 문학사적 의의가 폄하되어 왔고 ‘전쟁문학’에 관한 명칭조차 연구자들 간에 합의되지 못한 실정이었다.

더욱 중요한 사실은, 한국전쟁이 한민족 전체는 물론 남북한 당국의 대 사건임에도 지금까지의 한국전쟁문학 연구는 남한에서 발표된 작품과 자료에만 의존해 왔다. 따라서 한국전쟁의 특수성을 매개로 남북한 문학 양자에 전시문학의 유형을 동일한 지푱에서 접근하는 일이 선결 과제였고, 여지껏 남북한 전시문학을 동시에 비교 분석한 연구논문이 거의 불모지 상태였기 때문에 성동민 박사의 논문이 학자들 간에 관심의 초점이 될 것이라는 평이다.

지난 대학원시절 담임교수로 재직하던 현 홍기삼 동국대학교 총장이 동기부여를 해 준 셈이다. 홍기삼 교수는 석사논문을 쓸 때도 너무나 큰 고통을 주었다고 성동민 작가는 토로한다. 800자 원고지 1000장 정도를 어렵게 어렵게 써가지고 홍기삼 교수 앞에 가면 홍 교수는 검정사인펜으로 막 휘갈려 쓰며 고치곤 하였는데 그일이 무려 일곱 번이나 계속되었다며 어렵게 받은 석사학위 논문이 지금의 큰 도움이 되었다고 말한다.

이후 홍기삼 교수로부터 박사학위 공부를 할 것을 권유받았는데 그 분은 지금 동국대학교 총장이 되었고 본인은 박사가 되었다며 잠시 감회에 젖기도 하였다.

지도교수였던 홍신선교수를 비롯하여 연세대학교 정현기 교수, 조건상 경희대 교수 한용환 동국대 사범대학장, 한만수 동국대 교수 등 5명의 교수들이 무려 다섯 번이나 심사하여 논문이 통과되었다는 이야기를 하는 성동민 작가의 눈에는 눈물이 고이며 그간의 날을 새며 공부해왔던 노력의 나날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가는 듯 했다.

이 논문은 성동민 박사가 남북한의 전시소설을 처음으로 비교 시도 하였다는 데 의의가 있고 전시소설을 연구한 학자가 손꼽을 수 있을 정도로 빈약한 상황에서 남북한 소설을 비교 연구한 것이 희귀한 가치를 인정받았다고 말한다.

현재 경찰문인협회 회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는 성동민 작가는 문화경찰이라는 경찰문인협회 동인지를 연 2회 통권 6호 째 발간하고 있다고 자랑한다. 경찰문인협회에는 160여명의 작가들이 활동하고 있으며 지난 2004년 6월 1일엔 「향기나는 문화경찰을 지향하면서…」란 주제 하에 신세훈 한국문인협회회장, 성기조 펜클럽 회장, 박정란 방송작가협회이사장, 김후란 문학의 집이사장, 장윤우 공예문화진흥원이사장을 비롯하여 교통방송에서도 유명한 권장섭(회원, 시인) 등 경찰문인회 회원들이 다수 참석한 가운데 시낭송을 포함한 문학심포지엄을 열어 「향기나는 문화경찰」에 한 걸음 다가섰다는 평가를 받았다.

성동민 작가는 스토리문학에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면 해 달라는 권유에 문학인구가 빈약하고 문인에 대한 예우가 빈약하며, 문단환경이 열악한 상황에서 문학지를 발간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안다며 문학지를 이끌어가는 스토리문학 운영진에게 경의를 표한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그러면서 그는 이러한 불모지에서 초지일관하는 정신이 있어야 한다면서 가급적 몇 사람만을, 극소수의 작가들만을 위한 전횡, 편가르기, 자기 계파만의 문학지가 되어서는 안 된다면서 올곧은 문학지로서 소신과 정론을 펼칠수 있는 살아있는 문학지가 되길 바란다는 소망을 전달하였다. (편집부)

성동민 작가의 수필 한 점을 소개한다.


정자나무처럼 산다면

성동민

어느 곳이든, 시골 마을을 찾으면 으레 아름드리 장자나무가 한 그루쯤 서 있게 마련이다. 마을의 역사가 오래일수록 정자나무는 우람하고 모양새가 좋아 보인다. 정자나무는 한 그루 나무로서 그냥 존재한다기보다는 마을 사람들의 마음속에 뿌리를 내리고 정서의 가지를 뻗치고 있다. 그래서 고향을 떠났던 사람들은 정자나무를 대할 적마다 짙은 향수를 느끼곤 한다.

고향을 떠날 때 마지막으로 인사를 나누는 것이 정자나무라면, 고향을 찾을 때도 가장 먼저 반겨주는 것이 정자나무다.

무더운 여름날 정자나무가 몰고 오는 시원한 바람이 말을 사람들의 땀을 식혀주고, 세상만사 즐겁고 괴로운 일 정담으로 엮어 잠시 피로라도 푸노라면 매미소리, 새소리 자장가에 살포시 꿀잠이 든다.

수백 년 얽히고설킨 마을의 숱한 사연을 그저 침묵으로 지켜온 정자나무. 그토록 한이 맺혀  눈물도 메말라버린 마을 사람들의 고통의 쓰라림을 사랑으로 감싸주던 정자나무. 싸움터에 불려가는 아들의 허리춤을 붙들고 대성통곡하던 어머니를 한사코 희망으로 끌어안아준 정자나무. 꽃가마 탄 새색시를 아픈 가슴으로 시집보내야 했던 정자나무….

눈물과 회한과 영욕의 세월 속에서 정자나무는 그래도 아무 말 없이 사랑의 가지를 뻗치며 살아왔다.

정자나무는 지혜의 장소요, 서정의 쉼터였다. 정자나무는 평화의 상징이요, 화합의 정거장이었다. 정자나무는 진실의 하모니가 위대한 교향곡을 연주하는 꿈의 무대이며. 오순도순 인생을 반추하는 행복의 보금자리였다.

그곳에는 남녀노서 마을 사람들의 풋풋한 정이 서려있었고 이 세상에서 가장 솔직하고 진실한 얘깃거리가 마음과 마음으로 전해졌다. 그곳에는 이따금씩 삶의 잔치가 벌여져 싱그러운 웃음꽃이 피기도 했다.

정자나무에 새겨진 「恨맺힘」을 인간들은 「구원의 종교」로 인식했다. 오색 헝겊을 주렁주렁 매달아 놓고 그 앞에 돌무덤을 쌓아 소원을 빌었다. 마음과 정신세계에 어떤 신비로운 희망을 안겨주었던 정자나무는 바로 한국인의 정신적 지주였으며 영혼의 안식처였다.

마을 사람들의 기쁨과 슬픔과 영광과 좌절을 가슴으로 쓸어안아 주면서 조물주 계시의 대역자로 존재해 왔던 정자나무는 마을의 수호신인 동시에 한국인의 마음속에 자리 잡은 토속신일런지도 모른다.

『유세차 정묘년 모월 모시 누대로 이 마을을 지켜주신 木神께 제물 올리나니, 한이 맺혀 갈 길을 헤매는 영혼들과 이승에서 근심걱정으로 고통 받는 자들 한 자리에 모였사오니 산신, 물신, 터신, 해신, 마당신, 목신 제 갈길 찾지 못해 떠도는 잡신들이시여! 탁주 열 배 잡숫고 방황하는 중생들 새 생명으로 살게 거두어 주시옵소서!』

아름드리 정자나무의 위용은 인간들이 마음을 사로잡기에 넉넉했으며, 수백 년간 한 자리에 서서 삶을 누리는 생명의 신비로움 때문에 나약한 자들의 정신적 기구(祈求)의 대상일 수밖에 없었다.

『넋이야, 넋이야 넋이로구나 / 노량심산에 첫 넋이야 / 넋일랑 넋반에 담고 / 혼은 관에 담아 / 북망산천을 돌아가니 / 슬프고도 처량하고나 /  저승길이 멀다더니 / 정자나무 뒤가 바로 저승길일세 / 세상에 나오신 망제님 놀고나 갈까 / 받아주오, 받아주오 이네 근심걱정 / 받아주오, 받아주오 이네 사주팔』

마을 사람들은 정자나무를 향해 백 번 천 번 향배하며 구원을 빈다. 구곡산천에서 방황하는 부모형제의, 먼저 가신 남편의 영혼을 넋걷이로 달래는 그 아픈 가슴을 정자나무는 침묵으로 달래주곤 한다.

정자나무의 모습은 마치 고향 할아버지와 흡사하다. 온갖 풍상을 그저 인내심으로만 살아온 주름진 그 얼굴, 허연 턱수염을 쓸어내리면서 인심 좋은 말씀으로 정을 듬뿍 건네주는 그런 눈빛으로. 큰 슬픔과 괴로움을 작은 미소로 응답하는 하해 같은 마음으로….

정자나무의 온화함 역시 고향의 할머니와 흡사하다. 손자손녀의 뒤통수를 어루만지며 모시적삼 실올처럼 총총히 얽힌 정을 심어주시던 그 손길. 동짓날 장독대에 아껴두었던 홍시감을 몰래 꺼내 학교에서 돌아온 손자녀석 손에 쥐어주시던 감미로운 사랑. 그윽한 정성과 미더움으로 늘 포근함을 안겨주시던 그 표상을 정자나무에서 찾곤 한다.

사람들은 정자나무를 보면서 계절을 느끼고 세월의 흐름을 실감한다. 사람들은 정자나무를 통해 인생살이를 배우기도 한다. 고향을 등진 자들의 가슴에 향수를 심어주고 눈 내리고 비가 와도 온갖 풍상 꿋꿋이 견뎌내는 삶의 교훈을 정자나무는 가장 솔직하게 전해준다.

정자나무로 인하여 사람들은 삶의 여유와 안식을 얻고 대화의 자리를 마련한 셈이다. 비록 한 그루의 나무에 지나지 않지만 정자나무는 인간에게 정성과 새 생명과 희망을 불어넣어 준 것이다.

사람들은 정자나무의 이러한 진실을 깊이 이해하지 못한다. 정자나무가 주는 사랑과 정직과 온유함과 과묵함을 외면하고 만다. 인간들은 수 백 년 동안 인내할 줄 아는 정자나무의 침묵을 배우려들지 않는다.

명심보감(明心寶鑑)에 『하늘에 순종하는 자는 살고, 하늘을 거역하는 자는 망한다.』라는 글귀가 나온다. 대자연의 섭리(攝理)를 잘 따르지 않으려는 인간의 속성을 지적한 것이리라.

푸른 하늘과 그 하늘을 떠받들고 있는 정자나무. 그리고 그 정자나무와 더불어 희로애락을 나누는 인간들. 진정 그들은 하늘과 정자나무를 바라보고 있는가? 정직한 소리를 듣고 있는가?

잠시라도 좋다. 문명생활의 오염에서 벗어나 겸허해 보자. 마음의 고향을 찾아 정자나무의 순수함을 닮아보자. 정자나무의 곧은 소리를 귀담아 들어보자.

삶의 진리와 마음의 평안을 깨달을 수 있으리라. 정자나무를 바라보면, 정자나무처럼 산다면….


성동민 프로필

1951년 전남 여천 출생
순천고 졸업
연세대학교 국문과 졸업
동국대 대학원 국문과 졸업
동 대학원에서 문학석사, 문학박사 학위 취득
육군 중령 예편
현재 서울경찰청 제 4 기동대장
시대문학 희곡부문신인상 수상(1980)
KBS-TV 주간드라마「전우」 집필(1982~1985)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나리오 당선(1987)
경찰문인협회 회장
한국문인협회 회원
방송작가협회 회원
희곡작가협회 회원
펜클럽 회원

저서
시나리오 작품집「떠도는 혼」
칼럼집 「유라의 운명」,「평양 엘레지」
번역소설 「2020」상,하 권, 「개선문」
경찰대학 교재 「홍보심리의 이론과 실제」


*월간 스토리문학 2004년 10월호 수록

 
 

 

■ 김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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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 소설가

월간 스토리문학 발행인

도서출판 문학공원 대표

저서 [광대이야기] 외 7권


 ['문사탐방(포커스)' 및서베이. 본 코너는 각 문예지에서 기획취재 수록한 '문사탐방' 기사를 소개하는 곳입니다. 취재 및 수록 시점을 불문합니다. 가치있는 기사는 가능한 한 많은 독자에게 읽혀지고 항구적으로 보존되어야 한다고 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