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E MIN YOUNG,추천시와 추천 문학

부부 / 최석우

LEE MIN YOUNG 2009. 10. 30.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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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최석우


세상에 이혼을 생각해보지 않은 부부가 어디 있으랴

하루라도 보지 않으면
못 살 것 같던 날들 흘러가고
고민하던 사랑의 고백과 열정 모두 식어가고
일상의 반복되는 습관에 의해 사랑을 말하면서
근사해 보이는 다른 부부들 보면서 때로는 후회하고
때로는 옛사랑을 생각하면서

관습에 충실한 여자가 현모양처고
돈 많이 벌어오는 남자가 능력 있는 남자라고
누가 정해놓았는지
서로 그 틀에 맞춰지지 않는 상대방을 못 마땅해 하고
그런 자신을 괴로워하면서
그러나

다른 사람을 사랑하려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기 귀찮고

번거롭고
어느새 마음도 몸도 늙어 생각처럼 간단하지 않아

헤어지자 작정하고
아이들에게 누구하고 살 거냐고 물어보면
열 번 모두 엄마 아빠랑 같이 살겠다는 아이들 때문에 눈물짓고
비싼 옷 입고 주렁주렁 보석 달고 나타나는 친구
비싼 차와 풍광 좋은 별장 갖고 명함 내미는 친구
까마득한 날 흘러가도
융자받은 돈 갚기 바빠 내 집 마련 멀 것 같고
한숨 푹푹 쉬며 애고 내 팔자야 노래를 불러도
열 감기라도 호되게 앓다보면
빗 길에 달려가 약 사오는 사람은
그래도 지겨운 아내, 지겨운 남편인 걸

가난해도 좋으니 저 사람 옆에 살게 해달라고

빌었던 날들이 있었기에
하루를 살고 헤어져도 저 사람의 배필 되게 해달라고

빌었던 날들이 있었기에
시든 꽃 한 송이
굳은 케익 한 조각에 대한 추억이 있었기에
첫 아이 낳던 날 함께 흘리던 눈물이 있었기에
부모상(喪) 같이 치르고
무덤 속에서도 같이 눕자고 말하던 날들이 있었기에
헤어짐을 꿈꾸지 않아도
결국 죽음에 의해 헤어질 수밖에 없는 날이 있을 것이기에

어느 햇살 좋은 날
드문드문 돋기 시작한 하얀

머리카락을 바라보다
다가가 살며시 말하고 싶을 것 같아
그래도 나밖에 없노라고
그래도 너밖에 없노라고
.


.....최석우 시인의 첫번째 시집 '가슴에 묻지도 못하고'중에서...

 

 최석우시인은 경기도 가평에서 태어나 현재는 충청도 어느 산골에 산다

문학세계를 통하여 시를 발표했다. 2002년도에 시집 <가슴에 묻지도 못하고> 를 냈고

 그 시집 중에 위의 시 <부부>가 발표되어 있다.

삶이 살아가는 낭만을 오가는데 쉬운 말로 덧칠함이 없이 담백하게

그려진 서정은, 우리들의 나이, 우리들의 편린, 그 모습들이다.

살며 사랑하며 행복을 느끼는 것이 삶일텐데, 시인은 그렇게 산다. 삶 속에 행복을 찾아가는 것들이

나를 투영하면서 찾아보려는 어느 봄날, 풀잎같은 흔들림의 애틋함이리라, 

  이어 출판한 시집이 위 <소촉집><우리시 시인선 11 움 출판. 151쪽. 7천 원> 이다..

60여 편의 신작 시들은, 시인이 직접 번역(대역)한 영시와 함께 실려 읽다.

시인이 산다는 충청도 어느 시골 마을, 청포리에서 만나는, 일상의 사랑들이 시의 눈을 통해

삶의 가슴으로 전해지면서 고요히 찾아오는 詩,

밤이 깊을때 잠을 자지 못한 그대의 명상들이

함께한다.李旻影(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