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운 아버지
허 전
배가 남산만한 아버지
간경화증 말기에다
위장까지 걸레가 되어
얼굴이 흙빛으로 죽어가는
미운 아버지
기차무늬가 새겨진 환자복을 입고
바퀴 달린 침대에 누워
아무나 보고 살려달라는
미운 아버지
한생을 깡소주를 마시고
줄담배를 피우며
행상하는 어머니를 울리던
미운 아버지
새끼가 남의 집 귀한 딸 데리고 와서
잘살아 보겠다고 집 나설 때
방 한 칸 마련해주지 못한
미운 아버지
내가 몸 다쳐 사경을 헤매일 때
하느님께 내가 무슨 죄가 많아
새끼가 먼저 죽어야 합니까 하며
울부짖던 겉 다르고 속 다른
미운 아버지
이제 베갯잇을 물어뜯으며
너만은 부디 잘살라고 통곡하는
미운 아버지
그건 아무것도 아니야
함박눈 내리는 크리스마스이브에 돌아가신
미운 아버지.
아, 내 심장이 울컥울컥 토해내는
뜨거운 핏속에 숨어 슬피 우는
미운 아버지.
...................
*허전 시인님의 시입니다..
'LEE MIN YOUNG,추천시와 추천 문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문충성 시인의 시. 반달처럼 (0) | 2009.10.29 |
---|---|
이주영 의원 부부의날 법안 발의와 詩 부부- 최석우(출처 연합뉴스) (0) | 2009.10.22 |
안정환 시인 '시집읽는 어머니' 출간 (0) | 2009.10.14 |
가을의 노래 / 詩 김대규 - 낭송.김미숙 (0) | 2009.10.06 |
꽃은, 사랑하니까 핍니다 / 양전형 (0) | 2009.10.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