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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 ③ 경북 안동 고성이씨 가문 ◆
'한국 정신문화의 수도.'
↑ 고성 이씨 탑동파 16대 종손 이효근 씨가 고성 이씨 종가 역사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안동/이충우 기자>
지난 4일 경북 안동. 도시 서쪽 관문인 '서의문(西義門)'에 걸린 큼지막한 글귀가 초행의 방문객을 반갑게 맞이한다. 안동은 명현거유(名賢巨儒)의 산실이자 수많은 독립운동가를 배출한 고장. 시내를 벗어나 안동댐 쪽으로 들어가니 중앙선 철길 아래로 고성 이씨 임청각 종파 종택 '임청각(보물 28호)'이 보인다. 임청각은 최근 고택 탐방이 인기를 끌면서 주변 신세동 7층전탑(국보 16호), 임청각에서 분파한 고성 이씨 탑동파 종택과 함께 여행 명소로 부상했다.
임청각 17대 종손 석주 이상룡(1858~1932). 그가 대저택 임청각과 안동 명문가의 종손이라는 기득권을 모두 포기하고 만주로 떠난 지 어느 새 10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나라를 빼앗긴 분노를 참지 못한 석주는 1911년 임청각 등을 처분한 돈으로 식솔들과 함께 만주로 떠나 독립운동에 투신한다. 이후 대한민국 임시정부 초대 국무령(국가원수)까지 올랐지만 파벌 싸움으로 물러나 1932년 만주에서 조용히 숨을 거뒀다.
임청각을 처분한 이후 후손들의 가세는 급격히 추락했다. 일제강점기엔 말도 못할 탄압을 받았고 광복 이후엔 '빨갱이'로 몰려 이승만 정부의 핍박을 받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종가 사람들이 학교 월사금을 내지 못해 거리로 내몰리는가 하면 일부 후손들이 고아원으로 가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석주를 포함해 한 가문에서 모두 9명의 독립유공자가 배출됐다.
광복 뒤 가문 사람들이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아 다시 찾아온 임청각은 2002년 대저택을 관리할 여력이 없던 후손들의 결정으로 국가에 헌납됐다.
임청각 옆에 자리 잡고 있는 고성 이씨 탑동파 16대 종손 이효근 씨(45)를 만나 고성 이씨 종가의 숨겨진 얘기를 접할 수 있었다.
그는 당시 석주의 파격적 결단과 더불어 임청각ㆍ탑동파의 독특한 경영기법이 안동 지역에서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원형을 만들어왔다고 자부했다.
이들 고성 이씨 종가는 특히 '교육'과 '자립'을 통해 정신과 물질을 함께 나누는 데 노력했다. 1920년대 초 임청각에 설립한 '동흥학술강습회'는 지역민 300여 명이 영어 등 신지식을 만나는 창구가 됐다. 소설가 나도향이 당시 이곳에서 국어 과목을 가르쳤다.
서울은행장, 제일은행장 등을 지내고 2001년 타계한 원로 금융인이자 고성 이씨 탑동파 종손이었던 고 이보형이 회고록에 남긴 관련 내용이 흥미롭다. "아버지가 문중 어른들과 상의해 동흥학술강습회를 설립하던 즈음 느닷없이 단발한 상투를 어머니 앞에 내놓으셨다. 너무 놀라고 어이가 없어 어머니가 대성통곡했는데 아버지는 신학문을 배우려는 마당에 상투를 그냥 두고 있다는 것이 모순이고 신 문명을 접하는 사람으로서 옳지 않다고 생각하셨던 것 같다."
여담이지만 이보형의 친손자가 바로 배우 이서진(탑동파 16대손)이다.
강약을 조절해 자립 의지를 북돋우는 고성 이씨 종가의 경영원칙도 눈길을 끈다. "생계를 위해 종가를 찾은 이를 홀대하지 않지만 원칙이 있습니다. 처음부터 절대로 풍족하게 소작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이씨는 "최소한의 지원으로 자립능력을 기르게 한 뒤 비로소 소를 내주는 강약조절로 안정적인 삶의 기반을 마련토록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노블하트 운동' 많은 참여 바랍니다
한국형 노블레스 오블리주 운동의 전형을 만들어가고 있는 '노블하트 운동'은 매일경제신문, 사단법인 꿈에품에가 KT의 후원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많은 기업과 개인의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문의 (02)761-5878, www.kumepume.org
[안동 = 이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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