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덧상

글, 그대 앞으로 다가가기 위한 준비 /이민영 시

LEE MIN YOUNG 2010. 9. 25.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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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대 앞으로 다가가기 위한 준비


      李旻影

      밤은 늘 침묵해야한다
      슬픔있는 자를 안아주는 어둠의 자비가 부른 이름, 목이 메인다
      밤은 스스로 홀로 있을때에 운다
      깨워진 정적도 愚가 될 수 있으므로


      크리스마스 캐롤이 유독 가리봉동에서는 들리지 않고
      푯대로 솟아 깃발로 펄럭인다
      자선남비도 이곳에서는 속가의 빈승이 되는
      魚胞안주로 낮술 마시던 사내의 소주잔이 어둠에 취하고
      연탄 구들장도 취해 처마송판대기를 붙잡고 놓지 않는
      저 아래 양철지붕 홍등가 아래 음탕한 환락도 詩로 묻혀지는
      山경같은 진리가 죽어갔다
      그대 온기 아니면 이 엄동 녹일 수 없는
      그대 사랑만이 이 밤 안아 줄 수 있는
      달빛에게 혼자이노라고 외치는 가로등이
      걸음만큼 멀어지는 길가 담벼락 텃집이
      찬 김만 사랑하는 세월의 침실이


      오르막 길, 할머니의 쉼터는  여느 교회이었고
      할머니는 할머니가 아닌 엄마이었고
      십자상이 귀 기울인 눈동자는  종탑의  독경이었고
      종루에 기댄 겨울이 울면  종도 울어  행복해할 때
      울 엄마 聖像 안에서 손모아 기도하였었고
      자맥질 달아 가슴애피 다스리며 엄숙하였고
      그대 앞으로 다가가기 위해 새벽은
      봉창처럼 떨었었고


      (2003.12.2  출처-시사랑사람들)






      ...............!








            Ten Strings Group - Silent Rain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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